박정현 군수, 9일 대백제전 폐막식에서 "중대한 분기점" 소신 발언
2020년 공주·부여 '격년제' 협의했으나 흐지부지...관 주도 일색 비판 초래
민간 주도 축제, 공주와 부여 격년제로 전환 제안...충남도, 공주시 반응 주목
[부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가 9일 열린 ‘2023대백제전’ 폐막식에서 백제문화제의 새로운 도약 과제를 제시했다.
행사 주체를 '관' 주도에서 ‘민간’으로 전환하고, 개최 방식을 기존 공주·부여 동시 개최에서 ‘격년제’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쏟아냈다.
백제문화제가 단순 콘텐츠로 획일화하고, 인근 두 도시에서 동시 개최되는 방식이 불러오는 내용의 중복, 예산·인력 운영의 비효율 등을 불러온다는 이유에서다.
박 군수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열린 백제문화제 당시 김정섭 공주시장에게 ‘격년제’ 제안을 처음 공식 제안했으며 양측은 이듬해 격년제 개최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공주시의회와 공주·부여 일부 시민사회가 ‘상권 붕괴’를 이유로 격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였고 이후 코로나19와 여러 악재가 겹치며 흐지부지된 바 있다.
박 군수는 이날 “백제문화제는 1955년 순수 민간 주도로 탄생했고 민간 주도의 명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민간단체를 비롯해 많은 각계각층의 지역민이 축제의 성공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백제대제(백제문화제의 최초 명칭)’의 계획안이 민간 주도로 처음 나온 사실도 다시 언급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부여군 지역 유지 몇몇이 백제의 삼충신으로 일컫는 성충, 흥수, 계백을 모시는 ‘삼충사(三忠祠)’ 창건을 도모하는 자리에서다.
유지들은 당시 삼충사 창건 예산과 대제 비용 마련을 위해 풍물패를 이끌고 가가호호 방문으로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가락을 연주했고, 주민들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일종의 ‘후원금’을 내왔다는 기록에 따른다.
여기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기금을 모아 제사(祭事)를 지내며 시작한 게 지금의 ‘백제문화제’로 이어졌다는 것.
하지만 7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백제문화제는 민에서 관으로 주객이 전도되며 많은 비판에 직면해왔고, 축제 경쟁력은 점점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군수는 “백제는 수난과 부활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단편적인 역사의 기록에서 상상력을 키우고 탄탄한 고증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했다”며 “역사라는 고리타분한 텍스트를 창의적으로 비틀고 본질은 유지하되 색다르게 표현하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정된 ‘백제이야기’를 어떻게 현재와 연결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 오랜 역사와 시간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변화’ 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대백제전을 계기로 변화를 통한 ‘내실'을 기하자는 뜻이다.
그는 “백제문화제의 정체성, 확장성, 개방성, 지속성 측면에서 종합적이고도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흐름과 보폭을 맞추려는 노력은 우리 문화를 보다 풍요롭게 하고 희망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여에서 진행된 대백제전의 변화를 소개했다.
지난 8월 부여군 등에 닥친 ‘수해’ 때문에 주무대를 원도심인 기존 구드래 일원에서 백제문화단지로 옮기는 변화가 첫번째다.
박 군수는 “주 행사장을 부여읍 원도심에서 이곳 백제문화단지로 옮긴 것, 그리고 백제와 관련된 해외 교류단체들을 적극 유치하고 참여를 이끌어낸 것, 역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행사 주체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태생이 민간 주도의 행사였다가 어느 순간 관 주도로 됐다. 몸집은 커졌지만 콘텐츠가 단순하고 획일적이라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박제된 부여가 아닌 과거와 오늘이 함께 약동하는 부여를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그 작업을 위해선 다시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 시민이 축제의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와 백제문화제를 상호 비교하며 동기도 부여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영국의 에덴버러,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 마츠리 등이 민간 주도의 성공 사례”라고 소개하며, 백제문화제도 주인이 바뀌어야 하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군수는 공주, 부여 양 도시간의 독립적인 상생과 백제문화 정체성에 방점이 찍여햐 한다는 사실을 전제한 뒤 “또 다른 변화를 우해 격년제 개최 또는 공주, 부여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문화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여와 공주가 미래로 가기 위해선, 자신만의 문화적 자산에 바탕을 둔 정체성과 창조성을 통해 독립적인 백제문화제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공진화(함께 발전하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며 “새로운 변화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공동 자산인 고대 문명을 재현하는 백제문화제는 지역축제에 머무를 수 없다. 범정부적 차원의 대승적이고 긍정적인 관심과 협조를 기대한다”며 “고대문명의 한복판, 백제나라에서 다시 세계인을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군수가 폐막식에 맞춰 이 같은 소신 발언을 하면서, 축제를 함께 주관해온 충남도와 공주시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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