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리즈④] 공주·부여, 동시 개최로 많은 부작용 반복..'소모적 경쟁' 부추겨
축제 성패 가르는 기준 된 '방문객 수', '자극적 행사에 치중' 경향 눈총
백제 문화권 공동 도약, 전 세계적 축제로 도약하기 위한 머리 맞댈 때

13년만에 부활한 ‘2023 대백제전’이 공주시에서 23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23 대백제전 개막을 알리는 불꽃놀이 사진. 자료사진. 
13년 만에 부활한 ‘2023 대백제전’이 공주시에서 23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23 대백제전 개막을 알리는 불꽃놀이 사진. 자료사진. 

전쟁의 포성이 잦아들고 휴전 협정이 맺어질 즈음인 1955년.

부여군 지역 유지 몇몇이 백제의 삼충신으로 일컬어지는 성충, 흥수, 계백을 모시는 삼충사(三忠祠) 창건을 도모하기 위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지역 주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백제대제(백제문화제의 최초 명칭)’의 계획안이 처음 나왔다. 

여기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기금을 모아 제사(祭事)를 지내며 시작한 게 지금의 ‘백제문화제’다.

올해로 69회차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13년 만에 ‘대백제전’으로 공주, 부여 일원에서 동시 개최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편에 이어 총④편에 걸쳐 역사만큼 중요한 시작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한 사람의 삶과 현존하는 자료를 통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①“백제문화제 시초된 1955년, 그때 내 나이 열일곱”
②백제대제의 격동기..역사문화 축제로 도약하다
③박정희부터 윤석열까지, 역대 대통령들도 반한 '백제문화제'

④백제문화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


[김다소미 기자] ‘백제문화제’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많은 호평과 비판 사이에서 다양한 대안들과 목소리들이 나왔다.

각계각층이 ‘백제문화제’를 두고 내린 평가는 크게 세 가지 방면으로 좁혀지고, 이는 수년간 꾸준히 제기된 해결 과제로 통한다. 미완성의 숙제란 얘기다.

구체적으로 ‘민간 참여’ 영역 확대, ‘백제문화’만의 독창성 확보, 공동 개최 대신 ‘격년제’로 전환이 핵심 의제다. 

올해 13년 만에 열린 ‘2023 대백제전’을 맞아 더 큰 도약을 위한 내실화 과제를 실행할 때임이 분명하다. 

‘흥행 대박’...관람객 유치 목표 조기 달성했지만

올해 대백제전 주제는 ‘대백제, 세계로 통하다’로, 고대 동아시아의 해상교류를 주도했던 옛 백제의 발자취를 따라 축제의 글로벌화를 꾀했다.

방문객 유치 목표는 총 150만 명으로 설정했고, 이중 외국인은 2만 명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충청, 공주, 부여 향우회 관계자들을 내빈으로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오는 9일 폐막까지 4일을 남겨둔 현재 이 지표만 놓고 보면, 흥행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공주와 부여에 걸친 총방문객은 230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외 교류 협력도 한층 강화했다.

태국과 베트남, 일본 등 각국의 전통 공연도 열리고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여러 도시들의 관계자와도 리셉션 등을 진행했다. 환황해권 포럼을 통해선 중국, 일본 등과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외형적으론 가을 대표 축제로 세계화에 한발 다가간 듯 보이나, 공주시와 부여군은 동상이몽이다. 

백제문화제를 공동 주관하면서도, 양 지자체가 서로를 뛰어넘는 데 치중하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상징성·정체성’ 뒤로 한 채 본말전도...소모적 ‘주도권 싸움’ 

매해 축제 시즌이 되면 두 지자체의 신경전이 시작된다. 홍보 리플렛부터, 섭외 가수까지 그 경쟁 범위도 넓다.

올해 축제 준비 기간, 이 같은 경쟁은 결국 집안싸움으로 이어졌다. 공주시가 공식 포스터 시안 공모로 선정된 디자인의 교체를 요구하면서다.

본래 시안은 공주를 상징하는 '금관 장식'과 부여를 대표하는 '백제 금동대향로' 등 총 두 문양이 상징적으로 배치됐는데, 백제 금동대향로 크기가 더 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공모를 주관해온 백제문화제 재단 측은 ‘금관 장식과 백제 금동대향로의 실물 크기가 다르다. 일정하게 문양 크기만 맞추면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결과적으론 공식 포스터 의미는 퇴색된 채, 각 지자체 여건과 성향에 맞게 조금씩 다른 디자인의 포스터를 사용했다.

축제가 본격적인 막에 오르자 이제 두 지자체는 ‘방문객 수’를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개막 첫날 ‘관람객 수가 몇만이 넘어섰다’, 연휴기간 ‘몇만 명 돌파’ 등으로 보도자료를 내기 바빴다.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두 지자체의 이 같은 소모적 경쟁은 양적 성장을 불러올진 모르나 질적으론 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두 개최지의 과도하고 소모적인 경쟁은 ‘백제문화권 상생’이란 동시 개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웅진백제(공주)와 사비백제(부여) 간 차별적 문화 콘텐츠를 발굴, 지속하려는 움직임도 안보다. 

흐지부지된 2020년 ‘격년제 합의’

부여군의 제안으로 2020년 공주시와 (재)백제문화제 추진위원회는 ‘격년제’ 방식에 전격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공주시의회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당시 협상 테이블에서 동의했던 김정섭 전 공주시장은 정치적 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만큼 ‘격년제’에 대한 주최 측과 시민사회간 폭넓은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2023년으로 끝나지 않을 백제문화제.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를 뛰어넘는 '백제 문화권' 도약을 견인하고, '전 세계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그간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격년제 개최 논란 극복과 함께 매년 제기되는 '행사 중복', '예산·인력 비효율화'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갈 때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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