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지역 내 115개 단체 범시민연대 출범
밀실 통합 논의·지역 공동화 우려..'반대 확산'
최원철, 공감대 형성 노력 부재 비판에 "정치적"
최원철 공주시장이 23일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의 통합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 하면서 향후 두 대학의 통합 절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공주행복누림에서는 공주대-충남대 통합반대 범시민연대 발대식 및 결의식이 열렸다. 두 대학의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공주) 내 115개 단체가 연대해 결성됐으며 윤경태 시민연대위원장을 비롯해 최 시장, 박수현 국회의원, 임달희 공주시의장. 김정섭 전 공주시장과 김영찬 공주대총동문회 통합 반대 추진위원장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공주대와 충남대는 앞서 ‘통합’을 전제로 교육부의 글로컬3.0 사업에 최종 선정돼 오는 2028년 통합대학 출범을 목표로 내년 3월까지 시민사회와 교직원, 학생의 의견을 담아 공식적인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공주 지역에서는 통합 반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중복 학과 정리’라는 명목하에 학과 통폐합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 학생 유출로 인한 지역 경제 타격과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시민 사회가 나선것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한 공주대와 시 차원의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고, 근본적으로 통합 추진에 있어서 공론화 등 민주적인 절차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방적 통합 단호히 거부”
윤경태 위원장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대학은 일방적 행정 논리와 숫자로만 계산되는 통합의 명분 아래 교육의 자율성과 지역 정체성을 배제하고 있다. 대학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이고 구성원들의 삶이고 학문의 터전”이라며 “공주대 통합의 이런 대학의 본질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과 효율성만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대학의 자율성과 지역사회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일방적 추진 중단을 촉구한다. 대학과 공주시민이 논의하는 진정한 민주적 절차를 만들겠다. 일방적 통합은 단호히 거부하며 대학의 존엄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찬 총동문회 통합 반대 추진위원장도 “공주 사범대를 졸업하고 39년 동안 교직에 몸담은 뒤 공주대 총동창회 일을 맡고 있다. 공주대는 제게 부모님과도 같은, 가슴 깊이 박힌 대학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이 충남대와 통합 MOU를 체결했다는 현수막을 보고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통합을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주대 통합 문제는 고래만큼 큰 아젠다이고, (통합의 이유인) 글로컬 사업은 새우만큼 작은 프로그램일 뿐이다. 통합이라는 전제를 두고 공주대와 지역이 어떻게 함께 발전할지부터 충분히 논의했어야 하는데, 총장 직권으로 MOU를 체결하고 계획서를 내고, 단체장(최원철) 서명까지 했다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충남의 유일한 국립종합대인 공주대가 (충남대와의 통합으로) 예속된다면 충남은 종합대학 없는 광역도시가 된다. 공주는 교육도시임에도 반민주적인 절차로 (통합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원철 “지역 경제에 악영향 주는 통합, 있을 수 없어”
최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우리 시는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큰 손해를 본 트라우마가 있다. 공주대 공대 이전에 따른 신관동의 경제권 손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직접 경험한 도시”라며 “시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공주시민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함께 (통합을) 철저히 막아낼 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며 “78년의 역사와 함께 공주시가 교육도시로서 존재감을 상징햇던 곳이 전신 공주사대, 현 공주대이다. 모든 분들과 힘을 합쳐 대동단결해서 관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학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원범 씨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 시장을 향해 최근 공주시가 공주대의 글로컬 사업 신청 단계에서 ‘30억 지원 확약서’를 제출했다는 <디트뉴스>의 보도를 언급하며 “시민 의견 수렴 이전에 시가 통합을 사실상 전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 시장께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언제, 어떤 절차로 결정됐는지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반대로 최 시장님의 입장이 통합 반대 또는 절차적 문제 지적이라면 그와 동시에 어떤 이유로 시가 지원을 약속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전 공감 없는 ‘30억 지원 약속’ 지적에는 “정치적 모사”
답변에 나선 최 시장은 “이 공모 사업을 하면서 공주대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시도 생존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한 절차적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충남도에서 (글로컬 사업 선정을 위해) 공주대에 1000억 지원을 약속했고, (공주대 캠퍼스가 있는) 천안시와 예산군에서도 각각 학교 규모에 따라 분담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그런 차원에서 ‘통합을 전제로 했다’는 말은 만들어내시는 분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주시가 공주시민과 시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사업에) 어떤 도움을 주겠나. 그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관련한 모든 행사에서) 정치적인 모사는 배제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정당을 떠나고 정치적 이해를 떠나 우리 공주 시민과 모든 분들이 연대해서 뜻(반대)을 관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정치적인 사리사욕을 위한 발언과 언론(기사) 등 이런 것은 우리 시민들이 과감히 골라달라”고 답변했다.
다만 최 시장의 이날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주대–충남대 통합 MOU가 지난해 12월 이미 체결됐고, 공주시의 30억 원 지원 확약서 제출 역시 올해 8월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최 시장이 ‘통합 전제’를 말을 만들어냈다는 듯 설명한 부분은 사실관계와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구나 글로컬 사업은 애초부터 ‘대학 간 통합’을 핵심 요건으로 명시해왔기 때문에, 공주시가 대응기금 지원 확약서를 제출해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놓고도 이를 단순한 행정 절차였다고 설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 디트뉴스 보도의 핵심은, 시민사회와 시의회가 통합 반대 움직임을 공식화하는 상황에서 정작 공주시 집행부는 이런 흐름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시민 공론화나 공식적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지원 확약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은 공론화를 회피했다는 비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시의장과 총장 ‘언쟁’...시의회는 ‘반대 특위’ 출범
임달희 공주시의장도 발언석에 나와 “공주시민과 성장한 지역의 자존심 공주대를 위해 시의회에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공주대와 충남대 통합은 존립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시의회는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통합 반대 특위를 구성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 추진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지역 사회에서 불거진 임경호 총장과의 언쟁에 대해서는 “임 총장이 저를 혼내켰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반대 결의안을 한참 논의하고 있던 상황에서 임 총장과 통화했는데 ‘통합이 안되면 의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주대는 교육부에 내년 3월까지 통합 신청서와 함께 학생·교직원·지역사회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