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여론수렴 과정 없는 추진, 비판 직면
공주시, 통합 사실 사전에 인지했지만 설명無
'반대 결의안' 채택 뒤 사후 통보 받은 시의회
김정섭 "미래지향적 전략 검토 안해" 지적

공주시청사 전경. 
공주시청사 전경. 

정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을 위해 추진된 공주대학교–충남대학교 통합 논의가 지역사회에서 ‘밀실통합’ 비판에 휩싸인 가운데, 정작 사업 초기 단계에서 공주시가 30억 원의 지방대응기금 지원을 약속한 확약서를 대학 측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통합 추진 과정의 방식과 절차적 문제를 지적해 온 흐름과는 다른 행정적 판단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초점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두 대학의 통합을 놓고 공주시 지역사회를 비롯한 시의회, 총동문회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며 공주대가 지역사회와 교감없는 통합을 추진하려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두 대학이 통합될 경우 공주대 본부가 충남대가 위치한 대전으로 옮겨가고 인력과 학생이 빠져나가면 지역 청년 유출은 물론 지역소멸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주시의회도 여야 의원 모두가 참여해 지난달 23일 제26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송영월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장 직인 찍힌 ‘확약서’..여론 수렴 우선됐어야

<디트뉴스> 취재 결과, 공주시가 지난 8월 공주대에 제출한 ‘확약서’에는 공주대–충남대 통합을 전제로 시가 총 3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컬대학 사업 특성상 지역과 대학의 연계가 필수 요건이기 때문에, 공주대가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실상 지방 대응자금 지원 약속이 결정적으로 필요했다는 의미다.

확약서 제출은 공주시만의 결정에 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주대 본교가 위치한 공주시는 물론, 전공 단위 캠퍼스가 있는 예산군과 천안시도 별도의 대응기금을 출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확약서 제출 당시) 충남대와의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당시 공주대가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여 있어 시로서는 대학을 우선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며 “그런 점에서 확약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확약서 제출이 곧 예산 집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재정 투입은 시의회 의결이 있어야 가능하고, 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편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확약서 제출 과정에서 시의회와의 사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글로컬사업 예비 선정 이후 최근에서야 의회 측에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소멸 우려에 대한 여론이 높은 만큼 공론화를 비롯한 시민의견 수렴을 우선시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의회가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점, 여야 의원 모두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시가 대응기금 확약을 제출한 사실을 의회와 공유하지 않은 것 자체가 향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시의회 여야 합심한 ‘반대’ 

시의회가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 전 송영월 시의원(국민의힘)은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통합은) 졸속 결정이다. 즉각 중단하라”며 “단순한 대학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주의 역사와 정체성과 미래 세대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이다. 지역 주민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통합은 정당성을 상실한 흡수 통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원철 시장과 같은 당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여당 의원들 조차 사전 공감대가 없었던 셈이다.

송 의원은 특히 ▲공주시의회의 공식적인 반대 입장 표명 ▲집행부와 협력해 정부와 관계기관에 공주시민의 의지 전달 ▲공주대-충남대 통합 대응 특별위원회의 즉각 구성 등을 제안했다.

그는 “공주대학교는 아버지 세대가 지켜온 공주의 자존심이자,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마지막 자산이다. 공주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기를 드러낸 바 있다.

시의회도 설득 못한 공주시정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의회 차원의 대응을 모색해왔던 김권한 시의원(민주당)은 “30억 지원 약속에 대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역시나 반대 목소리를 내온 김정섭 전 공주시장은 “충남대를 살리기 위해 공주대를 죽이는 셈이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대학이 굉장히 중요하다. 외국의 버클리 등 (유명한 곳들은) 모두 대학 도시”라며 “(교육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공주는 대학도시라는 비전을 살려야 한다. 공주교대와 같은 국립대도 지금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런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검토하지 않고 타 지역의 주도적 모습에 끌려가는 것은 인구감소 지역의 행정이 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경호 공주대 총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염두에 둔 탓인지 최근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남대가 어떻게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나. 공간이 없다”며 “그럴 것 같으면 공주대가 뭐 하려고 통합하나”라고 일축한 바 있다.

지역 사회가 우려하는 지점은 발생할 가능성이 없고 이를 명분으로 반대 목소리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해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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