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국도비 의존 안해..민자 유치할 것"
KBO 타진 결과 '30 경기 유치'.."가능해"
'충남 미래 먹거리' 위해 꼭 필요한 사업 강조

김태흠 지사와 조철기 의원. 
김태흠 지사와 조철기 의원. 

김태흠 지사가 추진 계획을 밝힌 ‘천안아산역 돔구장(K팝 공연장)’을 놓고 25일 충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조철기 의원(더불어민주당·아산4)은 이날 오전 도의회 본회의에서 김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을 통해 돔구장 계획의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식을 집중 질의했다. 

이에 김 지사는 “국도비에 의존하지 않고 민자유치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빚을 내서라도 (사업의 가능성과 효과 측면에서) 가야하는 사업”이라며 맞섰다.

조 의원 "부지 확보는?" vs 김 지사 "확보 가능해"

우선 조 의원은 “지사께서 (돔구장 예정지는) 천안아산역 도보로 10분 거리라고 콕 찍어서 말씀하셨다. (역 인근) 아산 지역의 장재, 천안 불당 지역은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술렁임이 있다. 10분 거리라고 말씀하신거면 기초조사 연구 없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셨나”라며 “6만 평 이상 돼야 하는데 그 부지 확보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김 지사는 ‘도보 20분 내’까지 확장된 범위를 언급하며 “부지 확보 가능하다. (설령 적절한 부지가 없다고 해도) 경부고속철도 상부에 올려놓는 방식도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 철도 아래로 열차가 지나가고 위에 경기장이 있는 구조도 충분히 검토 가능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도가 상징적이고 의미있는 새로운 관광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도 검토하지 않았겠나.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술렁인다고 하는데 꼭 어디라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지금부터 준비해도 기본·실시설계, 예타, 인허가를 거치면 최소 6년에서 10년 걸리는 사업”이라며 “지사께서는 지금 당장 짓겠다는 건지, 아니면 도민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천천히 다듬자는 건지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의원이 “그런 말씀 자체가 무모하다. 책임 있는 행정 답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재차 공세를 펼치자, 김 지사는 “무모한 게 아니라 새로운 사고”라며 “남대문을 보지 못한 사람이 대문 없다고 우기는 격”이라고 맞받았다.

“충남 미래 먹거리 위한 사업”

돔구장 수요와 운영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언급됐다.

조 의원이 “잠실, 인천 청라 등 수도권 일대에 이미 돔구장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다. 우리가 뒤늦게 뛰어들어도 흑자를 낼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지사는 오히려 “그런 현상 자체가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받아쳤다.

김 지사는 “부산을 포함해 6~7개 지자체가 돔구장을 검토하는 건 그만큼 주민 선호와 수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충청권이 이 흐름에서 빠지면 오히려 미래 먹거리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단순 야구장이 아니라 야구·축구·아이스링크·K팝 공연을 모두 수용하는 ‘다기능 복합 돔’으로 설계할 것”이라며 일본 도쿄돔, 삿포로돔 등을 사례로 들었다.

김 지사는 “싱가포르 인구는 500만인데 5만 5천 석 돔구장을 운영한다. 우리는 인구 5천만 명 국가”라며 “K팝·한류가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작 한국에는 5만 석 규모 상설 공연장이 없다”고 했다.

BTS(방탄소년단) 사례도 다시 꺼냈다. 김 지사는 “BTS가 국내에서 제대로 콘서트를 하면 1회당 수천억 원, 10회면 10조 원 넘는 경제 파급효과가 난다. 지금은 국내 공연장 수용 인원이 1만 6천~1만 8천 석 수준이라 한국에서는 제대로 공연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야구 경기 유치 가능성을 놓고도 양측 시각은 크게 갈렸다. 김 지사는 “야구 경기 30회 유치가 가능한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미 KBO 측에 (사전 타진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한팀에서 2~3경기만 빼더라도 30경기 이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예산이었다. 이번 사업은 부지매입비를 포함하지 않고 시설조성에만 1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지사도 돔구장 건립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막대한 예산 투입과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비판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운영 과정에서 손실이 난다고 가정해도 주변 호텔·유통·관광산업 파급효과까지 같이 봐야 한다”며 “일본·미국 다기능 돔구장 가운데 적자 나는 곳이 거의 없다. 잘 설계하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선거용 아니냐” 지적엔 “차라리 선거 때 공약했을 것”

일각에서 제기된 ‘선거용 카드’ 논란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지사의 돔구장 건립 추진 발표 후 도지사 임기 후반,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돔구장을 꺼내 든 것은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는 언론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정말 선거용이었다면 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웠을 것”이라며 “지금은 제 스스로도 차기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전반기까지는 최소한 용역을 마쳐 기본 구상과 수익성을 검토해 두고 싶다. 다음 도지사가 누가 되더라도 충남의 큰 그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두는 게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긍정적 사고 vs 재정 현실”… 남은 건 ‘도민 설득’

이날 공방은 의사진행 발언 종료 시간까지 이어졌고, 의장이 “발언을 정리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할 만큼 강도가 높았다.

김 지사는 “손실부터 가정하는 부정적 사고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도민 혈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천안아산역을 대한민국 문화·스포츠의 중심으로 세울 것”이라고 맞섰다.

천안아산역 돔구장이 ‘충남의 장기 먹거리’가 될지, ‘지나친 모험’이 될지는 이제 도민 공론과 구체적 용역 결과가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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