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검토 없이 던져진 초대형 프로젝트
김태흠 충남지사가 천안·아산 돔구장 건설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습 발표했다.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설익은 계획을 지금 공개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11월 18일자: 충남, 1조 들여 ‘야구·K팝 돔구장’ 건립 추진…현실성은?>
김 지사가 18일 발표한 돔구장 구상은 계획이라기보다 ‘아이디어’ 수준에 가까웠다. 사업비 추계와 수요 예측, 운영 모델, 프로구단 협력 여부 등 필수적인 요소는 모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천안·아산에 돔구장을 짓겠다는 ‘구상’만 있을 뿐, 세부계획은 ‘용역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말뿐이었다.
돔구장 계획 발표 시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돔구장 연구용역비는 이미 추경을 통해 확보했고,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용역 결과는 내년 6.3지방선거 직전에 나온다. 다시 말해, 용역 발주와 용역 결과 발표, 공약 채택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는 선거용 정책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돔구장이 위치할 천안·아산은 충남 전체 인구 220만 명 중 110만(천안 70만, 아산 40만) 명이 거주한다. 충남 선거 판세를 이 지역이 좌지우지 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지역에 돔구장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도 이번 발표가 사실상 ‘천안·아산 맞춤형 선거 전략’으로 읽힌다.
정치적 해석과 별개로 돔구장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수도권이 대규모 공연·이벤트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천안·아산 접근성이 좋더라도 장비·인력·홍보·숙박 등 인프라 부족은 극복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천안·아산 돔구장은 수도권에 이은 대체 옵션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4~5만석 공연 횟수 자체가 많지 않고, KBO 정규일정은 구단과 지역경제, 스폰서 계약과 얽혀있어 외부에서 2~3경기를 분산 개최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비 1조원 가량을 충당하기 위해 대기업과 엔터테인먼트 그룹 참여와 KBO 협업 등 난관도 적지않다.
물론 김 지사의 정책 구상을 선거용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문화 기반 확충을 위한 논의 자체가 의미있기 때문이다. 단순 스포츠·문화공연 시설을 넘어 도시브랜드, 문화·관광, 지역경제까지 아우르는 문화산업 플랫폼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문화강국 도약’, ‘K컬처 시장 300조원 달성’ 목표와도 연계된다.
하지만 정책적 완성에 앞서 '정치적 타이밍'이 앞섰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급함이 묻어난다는 해석도 잇따른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지역 미래를 위한 정책인지, 단순한 선거용 포퓰리즘 공약인지는 도민 판단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