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보류는 전략 아닌 회피, 내년 선거판 흔들릴 수도

“정치는 생물이다.”
이 진부한 표현이 다시금 실감나는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선택 전 대전시장에 대한 복당 보류 결정이 지역 정가에 던진 파장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내년 지방선거의 향방을 가를 중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복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권 전 시장의 복당은 민주당의 선택지가 아니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필수 전략’이다.

권선택이라는 이름은 대전 정치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17·18대 국회의원을 거쳐 2014년 대전시장에 당선된 그는, 관료 출신 특유의 행정력과 중구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조직력으로 지역 정가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물론 2017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한 전력은 그가 떠안아야 할 정치적 굴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침묵을 지키며 자숙했고, 최근 사면복권을 통해 법적 굴레에서 벗어난 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선대위 정부혁신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도왔다. 

그가 다시 당의 문을 두드린 것을 단지 개인의 정치적 재기를 위한 몸부림만으로 볼 일은 아니다. 민주당이 대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현실적 해법이기도 하다.

복당 보류의 명분은 당내 갈등 방지와 공정성 확보다. 정청래 당 대표는 전국 복당 신청자에 대해 일괄 보류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견 타당한 논리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고 통합하는 데 있다. 권 전 시장의 복당을 보류함으로써 당내 일시적 평온은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선거라는 전장에선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디트뉴스 자료사진
권선택 전 대전시장. 디트뉴스 자료사진

지도부가 갈등 회피를 명분 삼아 전략적 결정을 미룬다면 이는 리더십의 부재이자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시점에 침묵은 전략이 아니라 회피다.

무엇보다 권 전 시장의 복당이 좌절될 경우, 그는 무소속 출마 혹은 제3지대 선택이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민주당 표의 분산으로 이어지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결코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어렵다.

일각에선 복당을 허용할 경우, 당내 공천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이는 민주주의 정당이라면 감내해야 할 필연적 과정이다. 오히려 권 전 시장을 당내 경쟁 구도 안에 포섭함으로써, 갈등을 제도화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로 끌어들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정당은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천 갈등을 이유로 복당을 보류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당내 경선은 갈등의 장이 아니라, 역동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지역 여론도 단일하지 않다. 일부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복당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선 “사면 복권된 인물에게 복당 기회를 주는 것이 당의 포용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권 전 시장의 복당은 민주당이 ‘능력 있는 인물을 다시 품는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권 전 시장의 복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춘 카드다. 법적 문제는 이미 해소됐고, 지역 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복당을 통해 조직력과 인지도를 활용하고, 당내 경쟁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조직력과 인물 경쟁력, 그리고 민심의 흐름이 교차하는 전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유예가 아니라, 전략적 설계다. 민주당이 대전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