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리즈③] 총 4명의 전·현직 대통령 방문
'문화'와 '전통' 강조..축사 등에서 시대상 담아
尹 "백제유산,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쳐 DNA"
전쟁의 포성이 잦아들고 휴전 협정이 맺어질 즈음인 1955년.
부여군 지역 유지 몇몇이 백제의 삼충신으로 일컬어지는 성충, 흥수, 계백을 모시는 삼충사(三忠祠) 창건을 도모하기 위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지역 주민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백제대제(백제문화제의 최초 명칭)’의 계획안이 처음 나왔다.
여기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기금을 모아 제사(祭事)를 지내며 시작한 게 지금의 ‘백제문화제’다.
올해로 69회차를 맞는 ‘백제문화제’는 13년 만에 ‘대백제전’으로 공주, 부여 일원에서 동시 개최되고 있다.
본지는 이번 편에 이어 총④편에 걸쳐 역사만큼 중요한 시작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한 사람의 삶과 현존하는 자료를 통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①“백제문화제 시초된 1955년, 그때 내 나이 열일곱”
②백제대제의 격동기..역사문화 축제로 도약하다
③박정희부터 윤석열까지, 역대 대통령들도 반한 '백제문화제'
④백제문화제, 왜 '격년제'가 필요한가
[부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1965년 10월 9일 동아일보 지면 1면에는 ‘백제문화제 참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여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주체적 민족문화 건설’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사에는 ‘제11회 백제문화제 개막식이 9일 오전 부여 백마강 기슭의 백제탑(지금의 정림사지) 광장에서 박 대통령과 충남 출신 국회의원, 문화 예술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거행됐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화제 개막식 전 치사를 통해 "한일회담 타결로 민족주체성 확립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이때, 온 힘을 기울여 주체적인 민족문화를 건설하는것이 우리의 가장 긴급한 과제"라고 강조했고, 이어 "정치, 경제적인 예속이 참을수없는 민족의 굴욕인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인 예속은 민족의 종장을 뜻한다"고도 전한다.
백제문화제 6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기념집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입장 사진과 함께 ’민간 주도의 행사였던 백제문화제가 11회 충남도 주최로 바뀌고 대통령과 고위 관료가 참석하며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때 대통령의 참석으로 백제문화제 역사상 최초의 개막식(당시 기념식으로 불림)이 열렸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를 기록한 기념집과 신문에 따르면 ’부여읍내에는 10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고, 부소산은 온통 사람의 물결로 뒤덮였다‘는 보도가 있다.
이날 기념식은 박 전 대통령과 부여 출신 김종필 국회의원에게 꽃다발 증정, 박욱래 부여군수의 개회선언, 이영복 충남부지사의 경과보고, 노명우 충남지사의 식사. 대통령의 치사 순으로 진행됐다.
육영수 여사의 당시 부여 방문은 확인되지 않지만 기념집에서는 당시 부대행사로 마련된 ’백제공주 선발전‘ 일행들이 같은 달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있다.
청와대 방문을 마친 백제공주 일행은 서울 중구 청구동의 김종필 의원의 자택을 방문한 뒤 워커힐 호텔에서 1박을 하는 등 말그대로 ’VIP‘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이후 15년 만에 정권이 바뀌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백제문화제에 방문한다.
기념집에 따르면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백제문화제 방문은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전날 대전 충남도청 순방 중 전격적으로 참석이 결정됐고 1980년 10월 18일 부여중학교에서 열린 26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경향신문은 ’전 대통령, 백제문화제 축사 국민 참여, 단결로 80년대 난국 극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기사에서는 ’전 전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로 80년대 위기와 난국을 극복하는 것만이 국민 전체의 단결과 국력을 조직화하는 열쇠”라고 전제,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단결을 공고히 하는 정신적 지주는 바로 우리 전통 문화와 예술을 바탕으로 할때 더울 알차게 맺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기록돼 있다.
2000년대 들어 백제문화제를 방문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으로 ’2010 세계대백제전‘에 참석했다.
당시 ’세계대백제전‘은 올해 대백제전과 같은 부여 ’백제문화단지‘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이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을 통해 찬란한 백제문화를 재조명하고, 해상교류를 통해 얻어진 백제인의 진취적인 기상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년 만에 열린 올해 대백제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전날까지 미국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후 곧바로 공주에서 열린 개막식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의 유산은 아시아 문화발전을 이끈 것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DNA가 됐다”며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조치원역에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공주 터미널에 내려 금강을 건너 큰집에 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백제문화제를 직접 찾은 4명의 대통령 모두 ’역사‘와 ’문화‘를 강조했다.
자발적 민간주도의 공동체 제사에서 출발해 70여년 간 여러 변화를 겪으며 명실상부 ’역사재현축제‘로 성장한 백제문화제는 지역민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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