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IN충청-⑯] 제69회 백제문화제
13년 만에 열린 '대백제전' 규모 키우고 '글로벌 축제'로 우뚝
17일 간 관람객 300만 명 운집..원조 K-컬쳐 '백제' 문화 우수성 조명

올해 '2023 대백제전'이 열린 부여 백제문화단지 모습. 이곳은 옛 사비궁을 재현한 목조건축물로 웅장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부여군 제공.
올해 '2023 대백제전'이 열린 부여 백제문화단지 모습. 이곳은 옛 사비궁을 재현한 목조건축물로 웅장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부여군 제공.

전국 곳곳에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축제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축제부터 오래된 역사와 도시브랜드를 담은 축제까지. 대전·세종·충남의 다양한 축제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매년 가을이 되면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일원에서 ‘백제문화’를 계승하고 공유하기 위한 ‘백제문화제’가 열린다. 

백제문화제는 70여 년 간 지역민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많은 변화를 겪고 성장해 웅진백제(공주), 사비백제(부여)를 관통하는 국내 3대 역사 재현 축제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는 ‘대백제전’으로 치러져 규모를 키우고 축제 기간 국내·외 관람객 300만 명을 운집시키며 글로벌 축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이라는 의미를 더해 고대 동아시아 해상교류를 주도했던 ‘백제’의 위대한 여정을 축제를 통해 느껴볼 수 있다. 

백제문화단지 주무대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몰려있다. 부여군 제공.
백제문화단지 주무대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관람객이 몰려있다. 부여군 제공.

의미·볼거리 모두 담긴 백제문화제 시초 ‘제례불전’

1955년 6·25 전쟁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 모든 것이 부족했던 상황에서도 부여 지역민들은 백제말기 충신으로 평가받는 성충, 흥수, 계백 장군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삼충제를 지냈다. 

더불어 백제 멸망과 함께한 백제 여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불교 중심의 ‘수륙대제’도 거행됐는데 이 두 제사는 백제문화제의 시초가 됐다. 

지금도 백제문화제는 제사로 시작해 제사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 행사 전부터 하늘에 백제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천제, 삼충제를 지내며 축제의 서막을 알리기 때문이다. 

백제문화제의 시초가 된 '삼충제'. 부소산성 초입에 위치한 삼충사에는 성충, 흥수, 계백장군의 영정이 걸려있다. 무용수들이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무를 추고 있다. 부여군 제공.
백제문화제의 시초가 된 '삼충제'. 부소산성 초입에 위치한 삼충사에는 성충, 흥수, 계백장군의 영정이 걸려있다. 무용수들이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무를 추고 있다. 부여군 제공.

부여에서만 고천제, 삼충제, 삼산제, 백제대왕제, 오천결사 충혼제, 유왕산 추모제, 궁녀제, 수륙대제 등 총 8개의 제사가 진행되며 각각 고유의 의미와 대상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삼산제는 사비백제 6대왕 123년간 국가를 수호했다고 알려진 일산, 오산, 부산 삼산 신령에게 백제문화제 개막을 알리고, 백제대왕제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을 비롯해 사비천도 이후 성왕, 위덕왕, 혜왕, 법왕, 무왕, 의자왕 등 6대왕의 성덕을 추모하는 의미다.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소정방 장군은 의자왕과 일행들이 가족들과 회포를 풀으라는 의미에서 양화 유왕산에서 일주일간 머무르게 했다고 한다. 당시 남은 백제인들은 유왕산 마루턱에 올라 의자왕 일행과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고 훗날 '유왕산 놀이'라는 세시풍속으로 발전됐다. 부여군 제공.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소정방 장군은 의자왕과 일행들이 가족들과 회포를 풀으라는 의미에서 양화 유왕산에서 일주일간 머무르게 했다고 한다. 당시 남은 백제인들은 유왕산 마루턱에 올라 의자왕 일행과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고 훗날 '유왕산 놀이'라는 세시풍속으로 발전됐다. 부여군 제공.

백제 멸망으로 소정방에 의해 당나라로 끌려간 의자왕과 백제인을 추모하는 유왕산 추모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유왕산은 부여 양화면 일대인데 소정방이 가족 친지 간 이별의 회포를 풀기위해 의자왕 일행을 8월 10일부터 일주일간 머무르게 했던 곳이다. 

당시 남은 백제인들이 유왕산 마루턱에 올라 눈물을 흘리며 의자왕을 비롯해 끌려간 사람들과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다는 사실이 '유왕산 놀이'로 이어져 지금까지 전승된다. 

백제 멸망과 함께 산화한 무명장졸들과 여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수륙대제가 열린 모습. 삼충제와 더불어 백제문화제의 시초가 되는 제사다. 부여군 제공.
백제 멸망과 함께 산화한 무명장졸들과 여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수륙대제가 열린 모습. 삼충제와 더불어 백제문화제의 시초가 되는 제사다. 부여군 제공.

가장 화려하고 장엄한 의식으로 주목받는 ‘수륙대제’는 전장에서 산화한 무명 장졸들과 백제 공녀의 넋을 위령하는 불교 의식이다.

스님들의 바라춤과 불교악단의 웅장한 음악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백마강변(구드래)을 화려하게 수놓은 돛배들. 본래 백제문화제가 열렸던 이곳은 낙화암과 부소산성 인근이다. 매년 백제문화제가 기간에는 형형색색의 돛배와 부교가 강물에 놓아진다. 부여군 제공.
백마강변(구드래)을 화려하게 수놓은 돛배들. 본래 백제문화제가 열렸던 이곳은 낙화암과 부소산성 인근이다. 매년 백제문화제가 기간에는 형형색색의 돛배와 부교가 강물에 놓아진다. 부여군 제공.

‘백제의 흥망성쇠’ 담긴 백마강과 낙화암
형형색색 돛배 띄워 화려한 야경 선사 
‘백제의 태양’ 떠오른 부소산성·관북리유적
미디어쇼로 화려하게 부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젖줄이 됐던 ‘백마강’에는 ‘삼천궁녀’ 설화로 유명한 낙화암과 고란사가 자리잡고 있다. 

백제문화제는 본래 이곳 백마강변(구드래)에서 개최됐으나 올해는 지난 여름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해 사비궁을 재현한 ‘백제문화단지’에서 열렸다. 

메인 행사장은 옮겨졌지만 형형색색의 황포돛배와 부교가 넓은 백마강을 가득 채웠다.

일렬로 줄지어 있는 돛배는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야경을 선물하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백마강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부소산성과 관북리 유적은 수도 방어를 위해 축조된 복합식 성곽과 저장시설이다. 

광활한 잔디 덕에 낮에는 허전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해가 지면 레이져, 미디어쇼가 공간을 웅장하게 수놓는다. 

백제의 다양한 유적지가 미디어쇼를 통해 관람객들을 만나게 되는데, 현대의 기술이 접목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번 백제문화제 기간에는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렸다. 백제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 유물의 예술,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부여군 제공.
이번 백제문화제 기간에는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렸다. 백제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이 유물의 예술,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부여군 제공.

걸작중의 걸작..섬세한 세련미 가득한 ‘백제금동대향로’

백제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백제금동대향로’는 고대 동아시아 해상교류를 주도하며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에 신문물을 전해줬던 백제의 당대 예술혼이 집약된 국보 중의 국보로 불린다.

30년 전, 능산리 고분군 일대에서 우연한 기회에 발굴돼 백제 유물중의 최고로 여겨진다. 

올해 그 발굴을 기념하기 위해 학술대회와 특별전이 열렸는데, 백제금동대향로의 예술·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 깊은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부여 서동 연꽃축제 야간경관 모습. 가운데 포룡정이 인상적이다. 매년 탐스런 수십여 종의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부여군 제공.
부여 서동 연꽃축제 야간경관 모습. 가운데 포룡정이 인상적이다. 매년 탐스런 수십여 종의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부여군 제공.

+ 부여군 또다른 축제는?

매해 여름,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가 깃들어진 궁남지에선 '서동 연꽃축제'가 열린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 인공 연못으로, 무왕이 선화공주를 위해 지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궁남지를 가득 메운 연꽃들. 자료사진. 
궁남지를 가득 메운 연꽃들. 자료사진. 

연못을 가득 채운 수십종의 연꽃앞에서 관람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궁남지 한 가운데 자리한 '포룡정'은 많은 드라마, 영화의 배경이 됐다. 

부여 대표 여름철 축제이며,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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