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㉑] 충남 청양군 10경 천장호 용호(龍虎) 전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는 영험함을 간직한 칠갑산(七甲山)이 있는데요. 칠(七)은 천지만물의 생성원리인 지·수·화·풍·공·견·식(地,水,火,風,空,見,識)을, 갑(甲)은 천체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으뜸인 ‘甲’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칠갑산 동쪽 기슭에는 ‘천장호’라는 호수가 있는데요. 이곳에는 인근 동네 사람들의 수호신이 된 칠갑산 호랑이와 황룡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 이곳 천장호에는 승천을 하기 위해 천년을 기다려온 황룡이 살고 있었습니다. 황룡은 승천이 얼마 남지 않아 하늘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죠. 

 

세차게 폭우가 내리던 어느 날, 황룡은 드디어 하루만 지나면 승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근 마을에서 한 가족들이 빗물에 물이 불어버린 냇가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황룡이 무슨 일인지 더 자세히 지켜보니, 아이는 열이 펄펄 끓고 있었고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의원을 찾아 나섰지만, 홍수 때문에 시냇물이 불어 다리가 끊겨버린 것이었죠.

 

근심어린 눈으로 엄마와 가족들을 지켜보던 황룡은 결국 하늘길을 포기하고 아이한테 다가갔고,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시냇물을 건너게 해줬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무사히 치료를 받아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죠. 

 

이때 칠갑산 기슭에서 호랑이는 이같은 황룡의 선행을 지켜보고 감동을 받게 됩니다. 

 

“그래 승천을 포기하고 아이의 목숨을 구해준 황룡처럼 나도 주민들을 도와주며 살아가야겠다.”

 

그렇게 다짐한 호랑이는 그길로 칠갑산 인근 마을 주민들을 오랫동안 보살피며 지냈다고 합니다. 호랑이의 도움을 받은 주민들은 호랑이를 칭송하기 시작했고 그 은덕이 쌓이면서 영물이 된 호랑이는 칠갑산의 수호신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청양 지역의 대표 관광지 된 신비의 호수
출렁다리, 에코워크, 용호(龍虎) 전설 이야기까지 

충남 청양의 대표 명산 칠갑산과 청양호 항공사진 모습. 중간에 이어진 출렁다리가 보이고, 호수 바로 위에 떠다니는 구름이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청양군 제공.
충남 청양의 대표 명산 칠갑산과 청양호 항공사진 모습. 중간에 이어진 출렁다리가 보이고, 호수 바로 위에 떠다니는 구름이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청양군 제공.

[청양=안성원 기자] 청양의 대표 명산 칠갑산은 지난 1973년 3월 6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3만2542㎢ 규모에 청양군의 4개 면이 걸쳐 있다. 아흔아홉골과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로 지세가 복잡하며 울창한 숲과 계곡 등 깨끗하고 수려한 산세로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기도 한다. 칠갑산 동쪽 자락에는 빼어난 절경과 운치를 자랑하는 호수 천장호가 있다. 

‘청양 10경’ 중 하나인 천장호는 본래 농경지 관개용 저수지로 축조된 1200㏊ 크기의 인공 호수다. 칠갑산자연휴양림에서 약 11㎞ 떨어져 있으며, 7년여 간의 공사를 거쳐 만든 것으로 1979년 축조됐다. 

특히 지난 2009년 연결된 천장호 출렁다리는 대표 명물이다. 길이 207m, 폭 1.5m, 높이 24m 규모를 자랑하며, 2017년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로, 동양에서는 두 번째로 긴 현수교로 인증받았다.

천장호에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호랑이와 황룡 조형물.
천장호에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호랑이와 황룡 조형물.

다리 중앙에는 청양을 상징하는 고추 모형의 주탑이 있으며, 다리를 건널 때 흔들리는 폭이 커 짜릿한 긴장감도 만끽할 수 있다. 사실상 전국에 타 지자체에 출렁다리 건설 경쟁의 도화선이 된 다리다. 

최근에는 천장호에 ‘네트 에코 워크’가 설치돼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물망 다리와 타워를 건너는 177m 무료 체험시설로, ‘인디아나존스 코스’ 등 5개 코스를 빼어난 천장호 배경과 함께 스릴을 즐길 수 있어 가족과 연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천장호 주변에는 시집간 딸을 위해 700일을 정성들여 기도한 끝에 태어난 아이가 거란족으로부터 고려를 구한 용호장군이 됐다는 전설이 담긴 ‘칠갑산 소원바위(용호장군 잉태바위)’, 칠갑산 천문대, 용호(龍虎) 전설을 다룬 테마 조형물, ‘콩밭 매는 아낙네상’과 고즈넉한 산책로까지 조성돼 있어 힐링 관광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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