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⑲] 생태공원 조성, 군민 휴식지 각광
아주 먼 옛날, 충남 홍주라는 고을에 개를 지극히 사랑하는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농부는 항상 개와 함께 논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쉴 때면 개와 놀아주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는 개와 함께 홍주성으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습니다. 친구들과 다정한 농담도 하고 살면서 힘들었던 이야기와 즐거웠던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에 그에 맞는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개는 주인의 표정을 보며 표정에 맞는 행동을 하곤 했습니다.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 꼬리를 흔들고 주인의 손을 핥거나 슬픈 표정을 지으면 끙끙거리며 주인의 발을 핥았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말했죠.
“그놈 참 영물이로세. 사람의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네그려!”
농부가 말했습니다.
“암, 그렇고말고. 저 놈은 사람보다 더 영리하다네.”
술이 거나해져 술자리를 파하지 않자 개는 농부의 곁으로 다가가 이제 가자는 듯이 킁킁댔습니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바짓가랑이를 물어 당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마셨으며 급기야 일어서지 조차 못할 지경이 되었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농부는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잠에 빠졌습니다. 그 때 언덕 밑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개는 주인을 구하려고 옷을 물고 이리저리 잡아당겼지만 농부는 인사불성, 가까이 다가오는 불길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급해진 개는 몸을 날려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온몸을 물에 적신 뒤 농부의 주위를 마구 뒹굴어 불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기진맥진해진 개는 불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몸을 날려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농부가 눈을 떠보니 먼동이 터 오르고 있었고 주변은 새까맣게 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 개가 검게 그을린 채로 죽어 있었습니다.
“아뿔싸!”
농부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았습니다. 농부는 신음을 토하며 개를 붙잡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농부는 죽은 개를 안고 언덕아래 방죽가로 갔습니다. 방죽 한가운데는 조그마한 섬이 있었는데 그곳에 개를 매장하고 매년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내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인 훗날 이 방죽을 개방죽이라 불렀고 근처에 역이 생기게 되자 역재방죽 또는 역개방죽이라 하고, 개가 묻혀있는 섬을 개섬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최종암 기자] 이 이야기는 충남 홍성군 홍성읍 고암리 역재마을에 얽힌 이야기로서, 전북 임실군 오수에 전해 내려오는 의견(義犬)이야기와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오수의 개’가 전국적으로 유명해 충견의 대명사로 이름을 굳혔으며 개를 기념하는 여러 행사도 연다. 오수역이라는 명칭도 오(獒-개 오), 수(樹-나무 수)에서 유래됐다.
개의 전설이 어려 있는 역재방죽(홍성읍 충절로 925)은 1930년대 조성된 농업용 저수지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됐다.
산책로를 비롯한 전망데크·개섬·의견비·소나무동산·수변데크·쉼터·생태이동통로·생태하천·분수·인공섬 등이 조성돼 있다.
특히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오래된 소생물권 습지로서 자연생태적 가치에 주목을 받고 있다. 멸종위기종 야생식물인 가시연의 한반도 최북단 자생지이자, 조성 규모도 국내 최대 수준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과거에는 군민들의 여름치기 등 추억이 서린 휴식지로 유명했으며, 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개나리·벚꽃·산수유 등 봄꽃을 비롯해 계절별로 다양한 나무와 꽃, 수생식물이 피어나는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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