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⑧] 동구 가오동·대성동 설화
현명한 아내의 도움, 과거 급제 성공스토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대전 동구 식장산 산기슭에 웃터새말이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은어송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머슴살이를 하고 있던 그는 날마다 식장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는데, 우연히 고산사의 한 스님과 친해져 3년 간 점심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착한 은어송이 고마웠던 스님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은어송에게 좋은 무덤자리를 알려주었고, 은어송은 이곳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산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돌아와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한 여인이 문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보따리를 들고 서있던 이 여인은 길을 잃었다며 자신을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절한 은어송은 자신이 주인집에 가서 자고 올 테니 편히 쉬라며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여인은 한양에 사는 부잣집 딸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도망 나온 신세였지요. 이튿날, 은어송은 일하고 돌아와 마루에 이상한 살림살이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인은 말했습니다.

 

"어서 들어와서 글을 읽으세요. 당신이 성공할 때까지 먹고 살 금·은·패물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학식이 풍부한 이 여인은 은어송의 아내가 되었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한 은어송은 과거에 합격했습니다. 그는 벼슬길에 올라서도 옳은 일을 했으며, 자기에게 글을 가르친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역적으로 몰린 장인의 억울함도 풀어주었습니다.

 

또 늙어서는 다시 웃터새말에 돌아와 여생을 보냈어요. 그리고 대전 동구 가오동과 대성동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은어송’이라는 지명이 남게 되었답니다. 

 

해질 무렵 식장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대전 시내 풍경. 동구 제공.
해질 무렵 식장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대전 시내 풍경. 동구 제공.

[한지혜 기자] 평범하지만 인정 많은 청년이 현명한 아내를 만나 과거에 급제하는 성공스토리. 대전 동구 지역 ‘은어송’ 지명 설화에는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오래된 고전 명제가 담겨있다.

동구 가오동·대성동 지역은 ‘은어송마을’로도 불린다. 아파트 단지명부터 은어송초등학교, 은어송중학교 등 학교 이름에서도, 은어송약국, 은어송한의원 등 주민들의 일상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명이다.

은어송 설화는 식장산과 깊이 연관돼있다. 은어송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한 스님을 만난 곳이 바로 식장산이고, 그 스님의 거취인 고산사도 설화에서 직접 언급된다.

식장산은 대전의 아침과 밤을 빛내는 대표적인 명산으로 동구 8경 중 1경에 속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일몰 풍경, 야경은 그야말로 비경이다. 울창한 숲과 생태보전림으로 지정된 세천공원 등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초록을 느낄 수 있다.

식장산 서쪽 골짜기에 있는 고산사는 식장산의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대전시 지정 유형문화재 10호로도 지정됐다. 산림이 울창하고 물이 맑아 옛날부터 스님의 수양 장소로 많이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주변의 널린 기암괴석과 노송, 맑은 물은 신비감을 더한다.  

은어송 설화는 지난 2020년 시 주관으로 지원되는 문화 사업을 통해 지역 연극으로도 각색된 바 있다. 마을의 지명 유래 설화가 지역의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쓰이고 있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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