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⑤] 유성구 성북동 열녀 은진송씨 정려
국립대전숲체원·방동저수지 등 둘러볼 곳도 많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옛날 옛날, 유성구 성북동 한 마을에 여철영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 씨는 천성이 부지런하고 효심이 깊은데다 용모도 준수한, 나무랄데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웃 마을에 사는 송 씨 처자와 혼인하고 누구나 부러워 할 정도로 정답게 살았습니다. 집안 일이나 밭 일이나 서로 거들어가며 마치 그림자처럼 함께 다녔습니다.  

한 쌍의 원앙새 같이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천생연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하지만 더러는 시샘하는 이들도 있었죠.

 

그래서일까요. 

어느 날  이유도 없이 여 씨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송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여 씨를 보살폈지만 모두가 허사였습니다. 결국 여 씨는 숨졌고  해가 까맣게 보일 정도로 큰 슬픔에 빠진 송 씨도 여 씨를 따라 그만 세상을 등졌습니다. 

 

그런데 여 씨와 송 씨가 죽은지 닷새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정말로 기이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죽었던 여 씨가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울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본 여 씨는 어찌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자신을 따라 아내도 세상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여 씨는 통곡을 했죠. 

 

그러면서 말하길 "제가 죽은 뒤 아내가 쫓아오더니 '여보, 당신이 가면 안 됩니다. 돌아가십시오' 하고 떠미는 바람에 다시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송 씨는 감은 눈을 다시 뜨지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남편을 지극히 사랑했던 송 씨가 남편이 가야할 길을 대신 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여 씨와 송 씨의 사랑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나라에서는 남편 대신 저승길을 간 은진송씨에게 열녀비 정려를 내렸답니다. 

유성구 성북동 열녀 은진송씨 정려. 이미선 기자.
유성구 성북동 열녀 은진송씨 정려. 이미선 기자.

기록에 의하면 은진송씨 열녀비 정려는 1804년 10월(순조 4년)에 내려졌다. 

지금도 대전 유성구 성북동에 현존, 죽은 사람이 소생했다는 이야기가 실화인가 의문이지만 미풍양속을 장려하기 위해 정이 깊었던 부부의 사연이 극대화됐을 거라 짐작할 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서남부터미널과 국립대전숲체원을 오가는  41번 마을버스를 타고 성북2통 동구나무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느티나무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성북동 열녀 은진송씨 정려를 확인할 수 있다. 

유성구 성북동 느티나무 보호수. 이미선 기자.
유성구 성북동 느티나무 보호수. 이미선 기자.

한 그루도 아니고 여러 그루의 성북동 느티나무 보호수들은 대부분 20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m가 넘는 둘레와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끝을 볼 수 있는 느티나무의 웅장함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은진송씨 열녀비 정려 인근에 둘러볼만한 곳으로는 지난 2019년 10월 문을 연 국립대전숲체원이 있다. '도토리 숲길' '골짜기 숲길', 솔내음 숲길' 등 다양하게 마련된 산책 코스가 훌륭하다. 

다양산 산책코스를 즐길 수 있는 국립대전숲체원. 이미선 기자.
다양산 산책코스를 즐길 수 있는 국립대전숲체원. 이미선 기자.

국립대전숲체원에서 임도를 이용해 성북산성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용바위, 노적봉 등을 거쳐 하산할 경우에도 은진송씨열녀비 정려를 만날 수 있다. 4km 정도의 구간으로  어른 걸음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  반나절 코스로 추천할 만 하다.  

가벼운 등산 후, 출출해진 배는 인근 방동저수지에서 채울 수 있다. 매운탕, 어죽, 닭볶음탕, 한정식 등 각종 식당들과 카페들이 성업 중으로 주말이면 인파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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