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⑱] 반곡동 괴화산(槐花山)에 얽힌 설화
국책연구단지와 천주교 교구, 법원·검찰청 등에 둘러싸인 입지 눈길
산에 오르는 코스만 10여 개... 솔빛숲유치원 출발 코스, 가족 단위 추천

괴화산 정상부에 이르기 전 만나볼 수 있는 돌바위 조망대(일명 집현바위). 집현동과 금남면 황룡리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이희택 기자. 
괴화산 정상부에 이르기 전 만나볼 수 있는 돌바위 조망대(일명 집현바위). 집현동과 금남면 황룡리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이희택 기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번 18편은 세종시 괴화산(槐花山) 일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로 꾸며봤다. <편집자 주>

석자 세치 규모의 금괴가 묻혀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 괴화산. 안성원 기자
석자 세치 규모의 금괴가 묻혀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 괴화산. 안성원 기자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자, 백제의 유민들은 재산을 정리해 웅진(공주)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세종시 반곡동(옛 금남면) 인근 산속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고 하는데요.

한 주인은 여기로 데려온 종(하인)들을 곰나루로 보내 상황을 엿보게 했는데, 나당 연합군이 주인을 잡기 위해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소식을 확인하게 되지요. 

이에 종들은 인근으로 흩어져 집을 짓고 농지를 개간하면서 주인을 보호했다. 나당 연합군은 몇 번이나 주인을 찾으려 했으나 평범한 농부로 지내는 모습의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옛 금남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주인이 가지고 온 금덩이를 잘라 사비성에 가서 팔아 쓰기도 하였기에 종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주인이 늙어 죽게 되자, 그를 모시던 종들은 더 이상 금덩이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네요. 

종들은 금덩이를 주인의 무덤에 함께 묻어버리고 자신의 자식에게도 금덩어리 존재에 대해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욕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그래서 금덩이를 묻은 후로 무덤이 있는 산은 밤이면 빛이 났다고 하는데요.

괴화산 이름은 이를 따라 불리운 명칭이라고 하고, 지금도 이 곳엔 금괴가 묻혀있다고 전해집니다.

가로*세로*높이 각 1m, 즉 석자 세치 규모의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뜻에서 '절재(골짜기) 금단지' 전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괘등형(掛燈形) 명당이 있다는 유래도 있답니다. 

괴화산 정상부에서 KDI와 소담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길. 이희택 기자. 
괴화산 정상부에서 KDI와 소담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길. 이희택 기자.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 반곡동 '괴화산'에 얽힌 설화는 1988년 연기군지편찬위원회가 간행한 '연기군지'에 수록돼 있다. 

한국지명유래집 충청편(2010년)을 보면, 괴화산은 옛 충남도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석삼리·장재리·석교리 경계의 고도 201m 산이다. 

이런 흥미로운 설화를 품고 있어서일까. 괴화산은 2018년 반곡동 생활권 조성 전·후 세종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삼산(三山)으로 올라섰다. 여기엔 연기면 전월산·원수산을 포함한다. 

인간의 욕망과 맞닿아 있는 '금단지 전설'은 현재적 의미에선 이 지역의 번성을 뜻하는 의미로 다가온다. 

실제 괴화산 곳곳 입구는 ▲수루배마을 2·5·6단지와 새나루마을 1단지 ▲세종시 1호 솔빛숲유치원과 솔빛초, 반곡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천주교 대전교구청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나라키움국책연구단지 ▲법원·검찰청 입지 등 모두 10여 개로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수루배마을 5단지, 2단지, 6단지, 천주교 대전교구, 소담동 방향, 솔빛숲유치원 입구에서 오르는 괴화산 등산로. 이희택 기자.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수루배마을 5단지, 2단지, 6단지, 천주교 대전교구, 소담동 방향, 솔빛숲유치원 입구에서 오르는 괴화산 등산로. 이희택 기자. 

반곡동 바로 옆에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집적화될 집현동 세종테크밸리 조성도 한창이다. 세종시 자족성장의 전진기지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앞서 살펴본 다양한 등산로 입구로 정상에 이르기까지 코스도 그리 험하지 않다. 

산행 마니아 층은 괴화산을 거쳐 국책연구단지~햇무리교를 지나 전월산~원수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즐겨 찾기도 한다. 

괴화산 숲유치원 방향에서 오르다보면,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숲놀이터 3~4곳을 만나볼 수 있다. 이희택 기자. 
괴화산 숲유치원 방향에서 오르다보면,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숲놀이터 3~4곳을 만나볼 수 있다. 이희택 기자.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괴화산 코스는 솔빛숲유치원에서 출발한다. 아이들과 함께 숲놀이터 체험도 하면서 여유있게 1시간 정도면 정상부에 이를 수 있다. 

2/3 지점에선 옛 금남면 석교리, 즉 현재의 집현동과 금남면 황룡리, KTX 교각, 미래 농수산물유통단지 입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조망대(일명 집현바위)도 만나볼 수 있다. 

탁 트인 시야를 기대케한 정상부 조망권은 다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01m 높이에 있으나 동서남북 시야가 산림에 가려져 있다. 

괴화산 정상에 이르면 만나볼 수 있는 석축유구. 이희택 기자. 
괴화산 정상에 이르면 만나볼 수 있는 석축유구. 이희택 기자. 

다만 고려시대 추정 유적으로 제단 기능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유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유물도 여러 점 발견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금단지'가 여기서 나온 건 아니다.

오는 23일 가을의 문턱인 '처서'를 지나 가족과 함께 괴화산 등반을 추천해본다. 

한편, 괴화산 자락의 반곡리·석삼리·장재리·석교리 일대에선 다양한 분야 인물들도 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필식 전 외교부 차관 △김필제 전 금호중 교장 △고종 재임시기 '태양 12경' 시를 지은 진세현 문인(반곡동에서 바라본 12곳의 아름다운 장면을 시로 표현) △진영은 옛 연기군의회 의장(반곡역사문화보존회 부회장) △김동윤 전 파주고 교장(반곡역사문화보존회 회장) △김동훈 아동문학가(전의초 교장 퇴직) △진병국 전 준장 △김정환 전 세종경찰서장(반곡역사문화보존회 총무) △세종 NK병원 김영제 이사장 △진동식 박사(전 세브란스 병원 원장) △진종호 세종시 선관위 전 사무처장 등이 대표적이다.  

괴화산 자락 아래 있는 법원·검찰청 예정지 전경. 이희택 기자. 
괴화산 자락 아래 있는 법원·검찰청 예정지 전경. 이희택 기자. 
괴화산 자락의 천주교 대전교구 야경. 이희택 기자. 
괴화산 자락의 천주교 대전교구 야경.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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