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12] 공주시지에 수록된 '금강과 공산성' 이야기
요물단지로 알고 던진 거울이 금빛 '금강'된 사연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번 12편은 공산성과 금강 일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로 꾸며봤다. <편집자 주>

공주시지(2021년)에 소개된 공산성 아래 금강과 관련된 설화. 안성원 기자. 

지금의 공주시 ‘공산성’ 아래 강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가난하지만 부모를 모시고 행복하게 사는 금슬이 좋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그 날 그 날 강에 나가서 잡아오는 고기를 장터에 내다 팔아서 곡식을 사오면, 밥을 지어먹을 때도 있고 죽을 쑤어 먹을 때도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서울에 가게 되었답니다.

 

아내는 서울에 가거든 빗을 하나 꼭 사오라고 부탁했는데, 남편의 건망증이 심해 잊지 말라는 신신 당부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침 하늘에 초승달이 떠 있어서 “저 달을 보면 생각 날거예요”하고 말했다. 남편은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려 할 때 아내가 무엇인가 사오라고 한 것이 생각났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는 것이 보여 저 달과 같은 것을 사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남편은 가게로 가서 “저 달과 같은 것을 주시오”라고 말하니, 상점 주인은 물건을 이리 저리 고르다가 달이 보름달이라 둥근 거울처럼 생각되어 거울을 줬는데요.

 

남편이 서울에서 빗대신 사 온 거울을 보자 부인은 “에그머니, 서울에 가시더니 예쁜 색시를 데려왔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가 어디 보자하고 하고 거울 속을 들여다보더니, “쭈굴쭈굴한 할망구지 웬 색시냐”라고 했다. 아내가 다시 거울을 넘겨받아 그 속을 드려다 보면서 “아니 어머니, 이게 색시가 아니란 말이예요”라고 반문했다는데요.

 

이렇게 서로 번갈아 거울을 보면서 옥신각신하자 이번에는 시아버지가 끼어 들었다. 시아버지가 거울 속을 들여다보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냐?”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는 사람마다 달리 나타나는 것을 본 가족들은 거울을 요물단지로 결정하고, 그 이튿날 새벽에 뿌옇게 흐르는 강물에 거울을 던져 버리게 됐답니다.

 

강에 거울을 던지는 순간, 마침 떠오르는 햇빛에 반사되어 강물은 찬란한 금빛을 비췄는데요.

 

그 후부터 사람들은 이 강을 금강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거울이 강물을 비추고 있어 지금도 금강물이 맑고 푸르게 흐른다는 설화가 전해내려오는 배경입니다.

배다리와 금강 철교 이야기가 수록된 안내판. 공주시지에 적시된 설화가 함께 소개되면 보다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이희택 기자. 
배다리와 금강 철교 이야기가 수록된 안내판. 공주시지에 적시된 설화가 함께 소개되면 보다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이희택 기자. 

[공주=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이 설화는 2021년 발간한 공주시지 ‘민속과 무형문화재’ 7번째 코너에 적혀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된 ‘공산성’ 주변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 더욱 흥미롭다.

설화가 2022년 현재에도 그럴듯하게 다가오는 건, 이곳 주변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설화의 주무대인 공산성 아래 ‘금강’은 매년 백제문화제의 주무대가 되고 있고, 공주시민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의 명소로 손꼽힌다.

공산성과 맞은편 수변공원은 이 기간 인공 징검다리로 연결되고, 금강에는 휘황찬란한 야경이 펼쳐진다. 야간 유등과 황토 돛배가 설화에 등장하는 ‘금빛’과 매칭을 이룬다.

공주시 백제문화제의 주무대가 펼쳐지는 금강과 공산성 일대. 이희택 기자. 
공주시 백제문화제의 주무대가 펼쳐지는 금강과 공산성 일대. 이희택 기자.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낮시간대 공산성을 거닐며 금강 아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다.

공산성은 성인 기준 약 1시간~1시간 30분(성벽 둘레 2.2km)이면 돌아볼 수 있는데, 지나는 길에 금강 철교와 백제 큰 다리 전경도 만나볼 수 있다. 영은사의 통일신라 금동불상 6구와 원통전의 불화도 관람 가능하다.

공산성 여행만으론 뭔가 아쉽다면, 시티투어 개념의 ‘고마열차’나 무료 공공자전거를 활용해보면 좋겠다.

고마열차는 공산성~송산리 고분군~무령왕릉~한옥마을~고마나루(산책로)를 돌아볼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주말과 공휴일 그리고 백제문화제 전 기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까지 운행된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 1000원~성인 3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주시 주요 스팟을 한번에 돌아보기에 좋다.

공주시가 운영 중인 ‘고마열차’ 모습. 공주시 제공. 
공주시가 운영 중인 ‘고마열차’ 모습. 공주시 제공. 

날씨가 좋은 때는 공산성 앞이나 한옥마을 입구의 자전거 대여소를 통해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동하는 것도 괜찮은 여행법이다. ‘백제씽씽 공주’ 어플을 내려받아 QR코드로 대여 가능하다.

아쉬운 건 누가 들어도 흥미롭고 개연성 있는 이 설화가 구전으로 잘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오래전 던져진 거울로 인해 금빛 찬란해졌다는 ‘금강’. 금강과 공산성이 미래 공주시가 한단계 더 성장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주시 공산성 입구. 이희택 기자. 
공주시 공산성 입구.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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