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②] 용이 승천하더니 자라가 토끼 태우고 상륙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분녀가 용새미 마을로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분녀야! 용새미에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
 분녀의 시 작은어머니는 “용새미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용을 봤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본래 용이란 신성한 힘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로 마을에 용이 나타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겼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분녀의 시 작은어머니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아, 글쎄 맑은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바다에서 용이 쑥 올라오지 뭐여. 그 용이 구름을 타고 꼬리를 치면서 하늘로 쭉 빨려 들어갔어. 그러자마자 구름이 탁 닫히고 볕이 쨍 나지 뭐여. 아주 순식간이었어.”
 사람들은 무릎을 탁 치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용새미에 용이 나타난다는 말은 전설로만 전해져 왔는데 실제로 이야기를 들으니 어안이 벙벙해진 것이다. 
 호기심이 많았던 분녀는 시 작은어머니가 용을 보았다는 바닷가로 갔다. 기묘한 바위들이 삐쭉삐쭉 솟아 갯바위를 이룬 곳이었다.
 분녀가 바위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다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앗! 저건.”
 커다란 자라가 등에 무언가를 태우고 헤엄쳐 오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라의 등에 탄 건 바로 하얀 털에 귀를 쫑긋 세운 토끼였다.      
 분녀는 깜짝 놀라 바위에 몸을 숨겼다. 
 “아까는 용이 나타났다더니 이번엔 토끼와 자라라니.” 
 기가 막힌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분녀는 바위에 숨어 토끼와 자라를 지켜봤다. 
 육지에 내린 토끼가 자라를 보고 말했다. 
 “이 미련한 놈아! 세상에 간을 두고 다니는 놈이 어디 있다더냐.”
 토끼는 자라를 향해 혀를 낼름 내밀더니 노루미재로 냅다 도망을 쳤다. 
 자라는 약이 올라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저런 간악한 놈. 저놈 간으로 용왕님의 병을 고쳐야 하는데 놓쳐 버렸으니 이제 어찌한단 말인가.”
 용궁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자라는 엉엉 울다가 지쳐 검은 바위가 되어 버렸다. 
 분녀는 기가 막힌 사실을 동네사람들에게 전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바닷가로 내려와 등딱지가 검게 변한 바위를 보았다. 
 그리고 그 바위를 ‘자라바위’라고 불렀다.
 용과 자라와 토끼, 사람들은 그날의 이야기를 대대손손 전하며 그 일이 훗날 어떤 조화를 부릴지 궁금해 했다. 

자라와 토끼가 만난 장소인 덕바위와 토끼를 태운 자라형상의 조형물 모습.
자라와 토끼가 만난 장소인 덕바위와 토끼를 태운 자라형상의 조형물 모습.

용왕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육지로 토끼의 간을 구하러온 자라, 순간적인 욕심에 취해 용궁까지 따라갔다가 꾀를 내어 탈출한 토끼의 이야기.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으로 유명한 설화 ‘별주부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원청리는 용새미와 노루미재, 자라바위의 이야기가 녹아 별주부전의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별주부 마을’로 불리고 있다. 

자라와 토끼의 접선장면이었던 바닷가 바위들도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덕바위, 그곳에 가면 토끼를 태운 자라형상의 조형물이 있으며 그 자리에서 용왕제를 연다. 

용왕제는 음력 1월14일에 열리며 2박3일 동안 달집태우기, 소고기 꼬치구이 시식 등 프로그램이 알차다. 

원청리는 권역별 테마사업으로 전망대와 노루미 해변에 어촌체험장을 마련했다. 

별주부 마을 독살체험장 모습.
별주부 마을 독살체험장 모습.

토끼가 도망친 노루미재를 사이에 두고 육지 쪽에는 별주부 전망대가 세워졌고 바다 쪽에는 독살체험장을 만들어 매년 여름 독살축제도 연다. 독살에 갇힌 팔뚝만한 자연산 광어를 맨손으로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별주부 전망대는 바다와 가장 가깝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태안의 바다와 남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용의 승천과 동시에 벌어진 자라와 토끼의 우화가 오늘날 이렇게 조화를 부리는 걸까? 

별주부 마을을 나와 안면도 방향으로 가다보면 태안군의 자랑 태안군 로컬푸드직매장이 있다. 안면도 백사장항에 가면 다양한 제철 바다음식을 먹을 수 있고, 볼거리로는 꽃지 해수욕장이 있다. 바다의 풍광을 보며 등산을 할 수 있는 코스로는 솔향기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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