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⑥] 현재 명칭은 으뜸장수 의미의 '원수(元帥)'
정상부 유래비는 형제지간 '원수(怨讐)'로 제각각... '원수(元首)'로 개정 의견 봇물
청와대 부지와 국무총리 공관 품은 입지 등 세종시 위상 고려... 관광자원도 풍부

원수산 정상에서 좌측으로 바라본 풍경. 맞은편 전월산을 비롯해, 청와대 예정 부지와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이희택 기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현재는 으뜸 장수란 의미의 ‘원수(元帥)’ 설화가 자리잡고 있다. 고려 으뜸 장수 한희유를 표현. 안성원 기자. 

‘원수산(고도 251m)’은 세종시 연기면에 자리잡고 있는데, 무난한 등산로와 신도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빼어난 전망을 갖추고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청와대 입지와 국무총리 공관’을 품고 있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구요.

어쩌면 산 이름이 오래전부터 행정수도를 넘어 진짜수도를 예견한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원수산 명칭은 현재와 미래적 의미의 ‘대통령=원수(元首)’에서 오지 않더라구요.

3가지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고려시대 전시에서 군사를 통솔하던 으뜸 장수란 의미의 ‘원수(元帥)’입니다.

으뜸 장수 유래를 적시하고 있는 유래비. 원수산 정상부에 오르는 길에 있다. 이희택 기자. 

때는 1293년 고려시대. 몽골 합단적이 연서면 쌍전리 1차 전투와 함께 침입해왔으나 대패한 뒤 금강을 건너 도망갔다고 합니다.

당시 고려 장수 한희유는 합단적이 다시 원수산으로 쳐들어올 것이란 예견과 함께 이들을 섬멸했고, 그래서 현재의 ‘원수산(元帥山)’이 됐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외에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 ‘원수(怨讐)’ 설화도 2개나 있습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왜군에게 이 산을 빼앗기고, 그때 시신에서 흐르는 피가 산에 골짜기를 이뤄 원한이 됐다는 사연이 하나 있구요. 

부정적 의미로 덧씌워진 '형제봉' 설화. 원수산 정상에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형제봉이 나온다. 이희택 기자. 
부정적 의미로 덧씌워진 '형제봉' 설화. 원수산 정상에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형제봉이 나온다. 이희택 기자. 

원수산 봉우리 중 '형제봉'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근동에 제일가는 부자 형제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하인들까지 전쟁터와 같은 전투를 벌이게 됐다고 하는데요. 

동생이 이겨 형이 이곳을 떠났고, 훗날 두 사람은 마을 뒷산의 산봉우리 2개, 즉 형제봉이 됐다는 전언입니다. 

설화로만 보면, 부정적 의미가 많이 담겨 있는데요.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론 새로운 기운이 샘솟고 있습니다.

2019년 전·후 미래형 ‘원수산(元首山)’으로 개명 움직임이 시민사회에서 일기 시작한 배경인데요. 

지난해 9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확정과 올해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 흐름은 이 같은 움직임에 더 큰 힘을 싣고 있습니다. 

원수산 습지생태원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원수산(元帥山)' 표지석. 이희택 기자. 
원수산 습지생태원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원수산(元帥山)' 표지석. 이희택 기자.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향토문화전지나 연기군지 등의 기록을 보면, 이 같은 원수산의 유래가 나와 있다.

안타까운건 원수산에 여전히 부정적 색채가 덧씌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외형적으론 이에 걸맞는 변화가 나타났다.

국무총리 공관이 들어섰고 청와대 예정 부지가 마련됐으며, 지난해부터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청와대 세종 2집무실 설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레저·관광 인프라도 잘 갖춰지고 있다.

전국 대회 개최 수준의 MTB자전거 공원이 생겼고, 파랑새숲체험원겸 습지생태원을 들린 뒤 정상부로 올라가는 트랙킹도 일품 코스가 됐다. 

원수산 습지생태원 주차장에 차를 놓고, 성인 기준 약 40분이면 파랑새 숲체험원과 습지생태원을 여유롭게 지나 정상부에 이를 수 있다.

아이들은 생태원에서 우렁찬 개구리 울음소리를 접하며 신기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소리가 정상부까지 울려 퍼질 정도다.  

정상부에선 탁 트인 시야 아래 세종시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다. 6생활권부터 1~5생활권, S-1생활권, 청와대 및 국회 예정 부지까지 파노라마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세종시 최고의 조망권으로서 손색이 없다.  

원수산 전망대 안내판. 이희택 기자. 

좀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약 30분을 더 걸어 전월산 코스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전월산 정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올랐다고 해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전월산 입구에선 무궁화공원과 숲놀이터를 또 만날 수 있고, 30분 소요되는 정상부에선 금강과 3~5생활권, 중앙녹지공간까지 새로운 조망이 나타난다.

오는 6월 전월산 아래 ‘한국불교문화체험관’까지 완공되면, ‘다도와 템플스테이, 불교문화 체험’ 등의 새로운 문화관광 요소도 생긴다. 국립세종수목원과 호수공원, 중앙공원, 금강 보행교 등 문화관광레저벨트도 지척에 있다.

원수산은 이처럼 미래 진짜수도 위상에 부합하는 관광자원으로써도 잠재력을 갖춘 곳이다.

그렇기에 지명 변경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세종시와 지명위원회 등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대 상황과 여건에 맞는 ‘원수산 명칭’ 변경에 소극적이다.

2019년 긍정적 담론을 형성하고도 3년이 다되도록 깜깜 무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을 네비게이션으로 찾아가려면 '원수산 MTB' '원수산 습지생태원'을 입력해야 가능하다. 원수산 고유 명칭을 쓰면, 타 지역의 엉뚱한 곳이 검색된다. 

산 중턱 곳곳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설치되지 않은 부분도 개선해야할 과제다. 

향후 으뜸 장수가 명실상부한 원수(元首) 위상으로 바뀌는 과정은 바로 '진짜수도 완성'의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습지생태원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파충류 안내판, 전망대서 바라본 해밀동(6-4생활권)과 호수공원 등 중앙녹지공간. 이희택 기자.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습지생태원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파충류 안내판, 전망대서 바라본 해밀동(6-4생활권)과 호수공원 등 중앙녹지공간.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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