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⑭] 대전 서구 도깨비 전설
금은보화 가득, 삼국시대 축조 산성 역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아주 먼 옛날, 월평산성 중턱 성재라 불리는 곳에 도깨비들이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숲이 우거지고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도깨비들은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살았는데, 집 안에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을 만큼의 수많은 음식이 있었습니다. 창고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했고요.
도깨비들은 근심걱정 없이 살았지만, 사실 이 도깨비들은 조상 도깨비들이 큰 죄를 짓는 바람에 더 이상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벌을 받고 있었어요.
“형님! 우리가 바깥세상에 나가본지 얼마나 됐죠?”
“글쎄다, 한 500년 정도 됐나?”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도깨비라는 말도 아예 없어졌을지 몰라.”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도깨비들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바깥에 나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어긴 도깨비들의 행동 때문에 옥황상제는 크게 분노했어요.
천벌을 받은 도깨비들은 모두 죽게 됐고, 이들의 영혼도 다시 기와집에 봉인됐습니다. 그리고 성재에는 주인없는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그대로 묻히게 되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인근 마을 청년들은 금은보화를 찾아 나눠 가지려 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맑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습니다. 그리곤 빗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도깨비들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고, 청년들은 기겁해 허둥지둥 도망쳐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도깨비의 혼이 보물을 지키고 있다고 믿으면서 그곳을 찾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성난 비도 내리지 않았어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 대전에는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이 흐르고 있다. 삼국시대 백제부흥군의 주요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던 대전에는 군사 목적의 산성이 다수 존재했다. 그 수는 월평산성 외에도 계족산성, 보문산성 등 약 40여 개에 이른다.
도깨비 전설이 깃든 월평산성은 계곡을 싸고도는 포곡식(包谷式) 석축산성이다. 6세기 이후 등장한 전형적인 백제 산성으로 추정되며 둘레는 745m, 해발 100m 내외 능선 북단부에 위치한다. 성벽은 거의 붕괴됐지만, 자연석을 이용해 성을 쌓은 흔적이 남아있다. 대전시는 1989년 월평산성을 기념물 제7호로 지정했다.
2001년 발굴조사에서는 성벽 축조 이전 고구려가 이 일대를 점유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백제 유물뿐만 아니라 고구려 유물 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한강 이남의 새로운 고구려 유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월평동과 만년동, 둔산동에 걸쳐 있는 서구 헬로시티 둘레길은 큰 도로 하나를 두고 산성 앞을 지난다. 약 2.7km 구간에 이르는 반달길에는 월평산성 성재도깨비 전설 안내판이 설치돼있다.
인근 아파트 또는 교회 뒤편으로 올라가면 산책로를 통해 금방 산성에 다다를 수 있다. 성내 평탄지에는 산성을 찾은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 체육시설 등이 설치돼있다.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성터에 서면, 거대한 기와집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가길 꿈꿨던, 호기심 가득한 순수한 도깨비들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한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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