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⑳] 충남 계룡 천마산 바위 전설
바위 한복판 내리치자 안개 걷힌 개태사 이야기

때는 고려 중엽, 외세의 침략으로 국가가 혼란한 틈을 타 승려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지금의 충남 계룡시 금암동 천마산 중턱에는 금암(암소바위)이라고 불리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요.

 

이 시기 고려 태조 왕건은 백제를 물리치고 고려를 창건하면서 ‘국운을 크게 연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개태사라는 절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유사 시 병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 천 명의 승려를 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력은 날로 약해지고, 오히려 개태사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승려들은 국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인근 마을을 습격하거나 약탈하는 횡포를 부렸어요. 왕은 관군을 보내 질서를 회복하려 했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절의 횡포로 인근 주민들이 더 이상 살기 어렵게 되자, 한 장군이 스스로 지원해 나섰습니다. 최일 장군은 왕명을 받고 군사를 거느려 개태사에 도착했지만,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번번이 실패를 거듭해야 했어요.

 

어느 날 최일 장군이 말을 타고 개태사를 향해 가던 중, 금암리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지나치게 됩니다. 그때 한 농부가 검은 암소를 이끌고 논을 갈며 말했어요.

 

“이 놈의 미련한 소야! 최일 장군 만큼이나 미련하고 어두운 소구나”

 

이 소리를 들은 최일 장군은 말에서 내려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내가 바로 최일 장군인데 왜 소에게 나같이 미련하다고 합니까?”

 

깜짝 놀란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장군께서는 아무리 개태사를 치려고 하나 저 천마산 중턱에 있는 큰 바위가 개태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절을 치려하면 자꾸 안개가 끼게 하니 바위를 칼로 내려 친 다음 개태사를 치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말을 마친 농부는 사라졌고, 최일 장군은 금암리 천마산에 올라 장검을 빼고, 집채만한 바위 한복판을 내리쳤어요. 바위가 갈라지면서 피가 주르륵 흘렀고, 이후 개태사에 다다르니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혔습니다.

 

장군과 부하들은 승려들을 무찔렀고, 인근 주민들은 그 후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해발 287m, 천마산~개태사 잇는 8.72km

천마산 금바위와 천마정. 계룡시 제공.
천마산 금바위와 천마정. 계룡시 제공.

천마산은 해발 287m로 계룡시청 뒷산에 위치한다. 정상에 서면 금암동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서남쪽으로는 백제 계백장군의 정신이 깃든 황산벌을 조망할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막이 완만하고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천마산은 등산로가 넓고 깨끗해 남녀노소 즐겨찾는 산이다. 산 정상에서 금바위까지는 걸어서 7~8분 이내다. 금바위 아래로는 금암동 일원과 대전 수통골로 이어지는 능선이 내려다보인다. 능선 종점에 다다르면, 황룡재까지 이어진 약 7km 구간의 등산 코스가 나온다.

금바위 전설과 연관된 개태사는 천마산과 연결돼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개태사는 연산 천호산 자락에 있는 사찰로 태조 왕건의 어진이 보관돼있는 곳이다. 계룡지구대를 시작으로 천마산, 두리봉, 천호산, 개태사 입구까지 총 8.72km 코스를 걸으면, 전설 속 두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천마산 정상 천마정에 오르면 내려다보이는 마을 풍경. 이 바위에는 평범한 백성들의 삶을 구하고자 산을 반복해 오른 고려 장군의 이야기가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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