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⓻] 충남 천안시 명물 ‘능수버들’ 어원
천안삼거리 다양한 전설 속 ‘흥타령 민요 발원지’ 유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나무, 저수지와 바위들. 여기에는 각각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는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였어?’라고 놀랄만한 이야기도 있다. 우리 지역의 전설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로 꺼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대전·세종·충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조선시대 중엽, 왜구의 침략으로 아내를 잃고 경상도에서 살았던 유봉서라는 홀아비 선비는 능소라는 어린 딸과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왕명으로 군사로 뽑혀 능소와 함께 변방으로 이동하게 됐죠.

 

 하지만 천안삼거리 부근에 이르자 더 이상 어린 딸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임시로 머물던 천안삼거리 주막에 딸을 맞기게 됩니다. 아빠는 딸에게 갖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나무가 자라 꽃이 필 때 다시 데리러 오마”라고 달랜 뒤 길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린 능소는 사람들이 칭찬이 자자할 만큼 아름답고 착한 심성을 지닌 여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때까지 떠나간 아버지는 소식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능소는 피투성이가 된 선비를 구하게 되는데요. 박현수라는 이름의 이 선비는 전라도에서 서울로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중 강도를 만났죠.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은 상처를 치료하면서 사랑에 빠졌고, 선비는 과거에 급제해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한양으로 떠났습니다.

 

 이리하여 능소는 전장에 가신 아버지와 과거를 보러 간 낭군까지, 두 사람을 기다리는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몇 해가 지났을까. 능소는 여전히 두 사람의 소식만 기다리며 아버지가 심어놓은 버드나무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나무는 이미 울창해져 잎사귀를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림이 이어지던 어느 날, 드디어 선비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형색이 초라했죠. 선비는 “과거에 낙방해 돌아올 면목이 없었소”라고 말했는데요. 능소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과거가 뭐 대수기에 이런 꼴로 다니셨소. 그냥 바로 오실 것을..”라며 그를 집으로 데려와 목욕시키고 준비해 놓은 깨끗한 옷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풍악소리와 함께 행차소리가 들리더니 능소의 집 앞에 멈추는 거 아니겠어요? 사실, 선비는 과거에 장원급제 했답니다. 단, 정말로 시험에 떨어졌다가 절치부심으로 다시 공부해 재도전한 끝에 합격하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거죠. 

 

 때마침 능소의 아버지도 변방의 전장에서 무탈하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곧바로 능소는 선비와 혼례를 올렸고 마을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답니다. 곱게 자란 딸을 보며 흥에 겨운 아버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천안~삼거리~흥~흥~ 능소의 버들은~흥~~ 제멋에 겨~워서~~휘늘어졌구나 흥~~.” 

 

 흥겹고 신나는 노랫가락에 행인들도 어깨를 덩실거리며 함께 춤을 췄고 ‘천안삼거리 흥타령’ 민요로 불려졌습니다. 능소가 심은 길가의 버드나무는 ‘능소의 버들’이라고 불렸고 훗날 지금의 ‘능수버들’이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천안삼거리는 흥타령 민요의 발원지가 됐답니다.

천안삼거리공원 영남루 야경. 천안시 제공.
천안삼거리공원 영남루 야경. 천안시 제공.

[안성원 기자]  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북쪽으로는 서울, 남쪽으로는 경상도인 대구·경주 방향과 서쪽으로는 전라도인 논산·광주·목포 방향으로 길이 나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1970년대부터 조성한 면적 20만 7000m²의 공원에는 곳곳에 능수버들이 있고, 연못가에는 영남루(永南縷, 충남도문화재자료 제12호)가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밖에도 삼룡동 삼층석탑(충남도문화재자료 제11호), 독립투쟁의사광복회원기념비·천안노래비 등이 있다.

천암삼거리는 오가는 사람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다반사인 만큼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중에 ‘능소전’은 꾸준히 사랑 받으며 희곡과 소설, 민요와 대중문화 등 여러 장르로 재창작되는 천안의 대표 이야기다. 

이를 기념해 천안시는 천안삼거리 공원 일원에서 ‘천안삼거리 문화제’를 개최해 왔고, 2003년부터는 ‘천안흥타령축제’로 이름을 바꿔 이어오고 있다. 천안의 대표 관광지인 12경 중 천암삼거리는 1경, 천안흥타령축제는 11경에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천안삼거리공원에 설치된 능소전 조형물. 능소와 박현수의 사랑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장면마다 연출해 놓았다.
천안삼거리공원에 설치된 능소전 조형물. 능소와 박현수의 사랑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장면마다 연출해 놓았다. 천안시 홈페이지.

천안흥타령축제의 경우, 이제는 세계 민속 춤 경연무대로 성장해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천안삼거리공원 인근에는 천안의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향촌의 생활상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천안박물관이 있다. 국보로 지정된 봉선홍경사 갈기비 모형부터 옛주막의 모습, 각종 풍물과 민속놀이, 일제강점기와 근현대 모습까지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또 천안 동남구청 별관의 ‘한뼘 미술관’에서 수시로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고 있어, 천안삼거리공원 방문객들이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예술작품도 함께 감상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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