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은 한마디로 대혼전의 시즌으로 시작하고 있다. 우승 후보 중에 한 팀인 KIA가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가을야구를 향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위 NC에서 7위 한화까지의 게임 차가 세 경기에 불과하다. KT와 롯데가 최하위권으로 처져 있을 뿐 나머지 8개 구단은 가을야구를 향하고 있다. 물론 최하위권 두 팀도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에 연승 분위기만 이루어지면 언제든 중위권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다.

의외인 것은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인 LG가 불펜진의 어려움으로 중위권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것과 3강으로 평가받은 KT가 최하위권으로 처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도 바닥에서 치고 올라온 KT지만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약체로 평가를 받았던 키움과 삼성이 연승을 타면서 중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움은 최근 주춤하면서 중위권으로 내려왔으나 선두권 경쟁에 끼어들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삼성은 시즌 초반 예상대로 하위권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불펜진과 젊은 타자들의 선전으로 연승을 타, 중위권 경쟁에 합류한 상황이다.

이제는 한 번의 시리즈 결과로 순위가 뒤바뀌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시즌 초반 밀리면 답이 없다는 것을 모든 사령탑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벌어놨던 승리를 모두 잃었다. 이제는 중위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5할 승률을 마지노선으로 버텨야 한다. 불펜진의 김범수, 박상원이 돌아오고 채은성이 회복되어야 하며,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선발진이 훌륭하다. 충분히 버티고 반등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특급 타자 노시환과 특급 투수 문동주, 성장의 폭이 커야 하는 문현빈까지 태극마크를 달았고 앞으로 꾸준하게 국가대표가 되어야 할 세 선수의 활약이 절실한 요즘이다.

홈런왕 노시환, 장타 페이스 나쁘지 않으나 부담감 떨쳐 자신의 페이스 찾아야 성공

2023시즌은 한화이글스 타자 노시환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NC의 외국인 투수 페디가 아니었다면, 2023시즌 최우수선수는 노시환이었을 것이다.

2019년 입단한 노시환이 입단 5년 차에 리그를 평정한 것이다. 노시환은 입단 당시부터 한국프로야구를 이끌 재목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초반 경기력은 시원치 않았다.

한화이글스의 세대교체 기류에 맞춰 노시환은 전폭적인 기회를 받았다. 3루에 무주공산으로 입성했고 중심타선에서 꾸준한 출장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년 차인 2020시즌에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내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았고 3년 차 시즌에는 18개의 홈런으로 차세대 거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모두가 만개하리라 예상했던 2023시즌 노시환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던 그는 6개의 홈런만을 때려내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타율과 안타는 커리어 최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노시환은 정확성보다는 장타에 특화된 선수고 거포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선수이기에 너무나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렇게 노심초사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린 노시환은 2024시즌에 대폭발을 하면서 홈런왕과 타점왕 타이틀까지 쓸어 담으며 2024시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렸다.

한화이글스를 넘어 한국프로야구에서 최정의 뒤를 잇는 우타 거포로 유일하게 대두되고 있는 노시환은 이번 시즌 부담감을 안고 시즌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채은성의 합류로 우산효과를 누렸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안치홍에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까지 합류하면서 노시환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노시환은 올 시즌 23경기에 출장해, 홈런 5개(공동 9위), 타점 19개(공동 8위), 타율은 0.264를 기록하고 있다. 노시환 스스로의 페이스는 나쁘지 않으나 다른 경쟁자들의 페이스가 너무 좋은 상황이다. 홈런은 한유섬이 10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최정과 로하스가 9개로 뒤를 잇고 있다. 타점은 한유섬이 26타점으로 1위, 그 뒤를 구자욱과 강백호가 뒤를 따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이지만, 노시환은 상당히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조급함이 있어 보인다. 여기에, 채은성이 이탈과 페라자의 기복으로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잃은 감이 있다. 하지만, 노시환은 지난 시즌 긴 슬럼프를 탈출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으로 결국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안을 수 있었다.

노시환은 결국, 자신의 페이스로 타격을 해야 한다. 경쟁자들로 인해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 충분한 재능이 있기에 장타를 의식하기보다는 정확성을 먼저 생각한다면 장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노시환은 밀어서 넘기는 힘을 보유했기에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몰아치기 본능이 나올 것이다.

전체적으로 팀 타격이 처져 있는 상황이기에 노시환 혼자의 힘을 팀 타격을 이끌기는 쉽지 않다. 페라자가 조금씩 살아나는 상황이고 안치홍이 꾸준한 만큼 채은성의 복귀 시점까지 노시환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살아난다면 다시 페라자,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완성되면서 한화이글스의 전체적인 타격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가대표 에이스 문동주,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피칭해야 성장 가능

올 시즌 3년 차를 맞이한 문동주는 이제 한화이글스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젊은 유망주 투수이다.

2년 차 시즌,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문동주는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가대표 에이스로의 자질을 평가받았다.

이번 시즌 대도약을 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펼쳐 보여야 하는 문동주는 시즌 초반 주춤한 상황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도, ABS로 인한 적응의 문제도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일 수밖에 없다. 문동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동주는 이번 시즌, 네 경기에 등판해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27을 기록하고 있다. 18⅔이닝을 소화했기에 평균 5이닝에도 못 미친다. 네 경기에서 두 번의 5이닝, 한 번의 5⅓이닝 피칭을 했다. 이것이 올 시즌 최다 이닝이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4월 16일 NC전에 최다 이닝(5⅓) 피칭을 했고 3실점(1자책점)으로 최소 실점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첫 세 경기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피칭을 했다. 150km/h 중, 후반의 빠른 공을 무기로 삼은 문동주가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 뿐 아니라 베테랑 류현진도 문동주의 장점을 살리는 피칭을 권했다. 그 경기가 바로 직전 경기였고 그날 경기에서 초구의 스피드가 150km/h 후반을 찍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 경기에서 문동주의 예전의 모습을 돌아왔다.

앞으로 문동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피칭 위주로 경기 운영을 하게 될 것이다. 충분히 류현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문동주이고 류현진으로부터 경기 운영 뿐 아니라 체인지업의 견고함마저 사사 받는 문동주이기에 더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문·김 대전’으로 불리는 KIA 김도영과의 라이벌 대결은 선수 생활 내내 이어질 것이다. 특히, 이번 시즌 초반 김도영의 대활약으로 인해서 문동주는 자주 소환되고 있다.

물론, 지난 시즌까지는 문동주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시즌 초반 김도영이 대활약하면서 팀도 1위를 기록하고 있기에 김도영이 앞선 상황임은 분명하다. 문동주의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동주는 이런 라이벌리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 선수 생활은 길고 한 시즌으로 평가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묵묵히 자신의 피칭을 이어간다면 누구보다 가능성이 넘치는 문동주는 김도영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2년 차 징크스 부담 떨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험 쌓으면 충분히 성장 가능

필자는 이번 시즌 문현빈의 대도약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시즌 고졸 신인으로 100안타를 넘겼다. 이는 고졸 신인으로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중용되었던 정은원이나 노시환도 해내지 못한 결과였다.

더더군다나, 문현빈은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내야수가 아닌 중견수로 주로 기용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졸 신인이 말이다. 그럼에도 문현빈은 프로 적응에 성공했고 시즌 내내 1군에서 머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물이 일곱 번째 고졸 신인 데뷔 100안타 기록이었다.

후반기에는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내야로 돌아와 내야수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문현빈의 성장을 기대하지 않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문현빈은 2024시즌을 맞아 위기에 봉착했다. 선배 정은원에, FA로 베테랑 안치홍까지 영입되면서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의 타격 좋은 김태연도 후보군에 있었다. 스프링캠프 내내 경쟁을 이어간 문현빈은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2루수로 낙점되었다. 정은원을 외야로 밀어냈고 안치홍은 1루로, 김태연은 백업으로 돌아섰다.

완벽하게 실력으로 얻어낸 주전 2루수 자리였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시즌 개막전에서 대선배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면서 패배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그 잔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하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떨어졌고 타격에서는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타격에서마저도 자신감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적인 베팅 전략으로 초구에 승부를 들어간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팬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잘 안 풀리고 있는 시즌 초반이다. 하지만, 문현빈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즌 초반,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결정적으로 아쉬운 장면이 연출되면서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이겨내야 한다.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문현빈은 악착같은, 끈질기게 승부하는 악바리 스타일이다. 공, 수에서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스의 영구결번의 주인공인 김태균도 2년 차에 극심한 슬럼프를 경험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아직 어린 문현빈이 의기소침할 수는 있으나,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시환, 문동주, 문현빈. 이 세 선수는 한화이글스를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들이다. 이 세 선수는 앞으로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내고 승리를 이끌어 낼 선수들이다. 지금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이겨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