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iN충청-⑰] 대전의 서쪽 끝, 유성구 송정동

대전 유성구 송정동에는 나라의 큰 일을 예고한다는 말채나무가 있습니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삼봉(三峰) 정도전이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러 왔다가 꽂아 놓은 말 채찍이 소생해  나무가 그것입니다.   

 

조선 명종시대, 전라도에 유배됐던 한 선비가 유배가 풀려 한양으로 올라가던 길에 말채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었습다. 선비는 "앞으로 국난이 있을테니 즉시 알려야 한다"는 꿈을 꿨고, 한양에 당도하자마자 왜구들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태평성대에 싸움이라니..정신이 나갔다"는 손가락질만 받았죠. 결국 선비는 낙향해 말채나무를 돌보며 살았습니다. 

 

어느덧 선조 20년경, 선비는 시들시들해진 말채나무를 보고 "큰 난리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오랑캐들이 쳐들어 올 것입니다"는 장계를 올렸습니다. 여전히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죠. 

 

시들시들한 말채나무는 밤이면 울기까지 했고 선비도 "하늘이여, 울기만 하면 어찌 하오리까. 계시를 내려 주십시요"라며 울다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말채나무가 더욱 슬프게 울던 날, 왜구가 쳐들어왔습니다. 조선 최대의 국난, 처절하고 참혹했던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말채나무는 임진왜란이 끝나자 다시 파릇파릇해졌지만, 병자호란때도 시들시들해졌다가 또 살아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일제 강점기에는 말라 죽었지만, 다시 새순이 나와 큰나무로 자라는 등 생과 사를 반복해 국난을 예고해주는 나무로 알려졌습니다.  

 

대전 유성구 송정1통 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말채나무. 이미선 기자.
대전 유성구 송정1통 마을회관 옆에 위치한 말채나무. 이미선 기자.

대전의 서쪽 끝, 유성구 송정동. 

신도안이 조선의 새로운 도읍지로 거론되며 한 때는 영화를 꿈꾸었을 테지만, 지금은 두계천을 사이에 두고 충남 계룡시와 마주하고 있는 조그맣고 아늑한 동네다. 

말채나무와 송정1통마을회관 2층 건물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령 500년 이상의 느티나무 세 그루가 유명하다. 

말채나무는 층층나무과 층창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가지가 낭창낭창해 말의 채찍으로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해 말채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대전 시내버스 46번을 타면 송정1통 마을회관 앞에서 말채나무와 느티나무들을 손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정도전과 관련된 말채나무 유래를 알 수 있는 안내판 등이 없어 아쉽다.  

정도전의 후손인 봉화 정씨 문중에서는 지난 2002년 경 송정동 말채나무의 자목(子木)을 경기도 평택 '삼봉 정도전 선생 기념관'에 옮겨 심고, 유래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마을벽화로 그려진 말채나무. 이미선 기자.
마을벽화로 그려진 말채나무. 이미선 기자.

유성구 송정동을 찾는다면 말채나무를 포함해 대전시 공식관광 블로그 '먼저보슈'에 제시된 산책 코스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대전 극서점 표지판과, 말채나무,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선창마을, 텃골방죽, 남선초등학교, 우물, 두계천 자전거길 등을 지나는 코스로 6.5km 길이다. 

대전시 공식 관광블로그 '먼저보슈'.
대전시 공식 관광블로그 '먼저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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