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든여덟번째 이야기] 여야 대선주자 ‘공약상황판’부터 약속하시라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남녘의 귤나무를 북녘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나무가 되듯이, 사람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자들이 대국민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한결같이 장밋빛 청사진이다. 4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그랬다. 공약이 다 지켜졌다면, 우리는 지금쯤 초일류 국가에서 살고 있어야 한다.
후보자 시절 내놓은 ‘달콤한 귤’ 같은 공약이, 한강만 건너가면 ‘탱자’가 되고 마는 걸 우리는 여러 번 봤다. 살기 좋고 행복한 나라는 매번 유예되고, ‘국민은 선거철만 주인’이란 자조만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충청도를 찾았다. 첫 격전지다 보니 무진 공을 들였다. 후보마다 행정수도 완성과 메가시티 등 국가 균형발전을 공약했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지역이 직면한 현실에 진지하게 성찰했는지, 아니면 지역 조직에서 정리한 자료를 읊었는진 알 길이 없다. 지역 현안과 미래를 바라보는 데 있어 진정성과 차별화는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게 솔직한 관전평이다.
어떤 후보는 ‘세종시 취임식’을 시사했고, 어떤 후보는 ‘충청도 총리’를 약속했다. 둘 다 상징성은 있다. 하지만 취임식은 하루면 끝난다. 또 ‘충청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주자 시절 발언했다 곤욕을 치른 ‘호남 총리론’이 떠오른다.
어떤 후보들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지역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사과했다. 적어도 집권 여당 대선 주자라면, 그 정도 ‘염치’는 있어야 했다. 설령 기자 질문에 마지못해 한 고해성사였더라도.
그걸 염려했을까. 며칠 전 충청도를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공약 얘기에 신중했다. 공약은 지역순회 토론회 때 밝히겠다며 시간을 벌었다. 그리곤 문 대통령의 ‘지키지 않은 약속’을 비판했다. “막연하게 득표를 위해 ‘빌 공(空)’자 공약을 남발할 게 아니다.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합리적 공약을 찾겠다”고 했다.
“지킬 약속만 하겠다”라고 한 이는 또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공약 이행 상황판’을 둘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답변은 이랬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 성과로 증명하겠다.” 4년 전 ‘문재인 후보’라고 달랐을까. 우선순위를 매기고, 이런저런 상황을 따지다 보니 실행이 여의치 않았을 터.
이것도 해준다, 저것도 하겠다 해놓고 다음 주자가 ‘대리 사과’하면 땡인가. 대통령이 되려는 자는 ‘공약 이행 상황판’ 설치부터 약속하시라. 보여주기식이라도 상관없다. 그래야 지역 유권자들이 조금의 진정성이라도 인정할 터. 공약은 지키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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