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언론사 기자들은 지역 언론사 기자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중앙 정부의 공식 발표나 정치권 소식을 먼저 보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다는 우월의식을 가질 수 있다. 지역 언론 대다수가 주요 포털 CP(콘텐츠제휴)사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도 선입견이 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지난주 신입 기자 연수 프로그램 차 국회를 출입하며 방송사와 통신사, 지역 일간지 등 다양한 기자들의 군상을 접했다. 그리고 왜 지역 기자들이 앞서 말한 공간적·구조적 이유와 별개로 편견의 대상인지 깨달았다
충청권 광역단체가 특별자치단체(메가시티) 출범을 위한 닻을 올렸다. 늦어도 2025년까지 메가시티 완성을 목표로 ‘합동추진단’도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충청권이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는 국가 균형발전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역 소멸과 국가 균형발전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풀어가야 할 난제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메가시티를 추진하다 좌초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사례를 따르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2001년 7월 21일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市). 불꽃놀이를 보러온 인파가 몰리며 육교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군중 눈사태(crowd surge)’가 발생했다. 군중 눈사태란, 좁은 공간에 밀착한 사람들이 균형을 잃으며 한꺼번에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사고로 어린이 9명과 70대 여성 2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참사에 책임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유족들은 15년여 동안 지난한 재판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참사 21년 만에 그간의 과정을 담은 책을 냈다.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지
[아산=안성원 기자] #1.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일수록 반향실 효과(反響室 效果, echo chamber)로 인해 확증편향이 강해지고, 이는 극단화를 더욱 심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벽에 부딪혀 반사되는 반향실처럼,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집단을 배척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거대 양당정치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는 SNS의 알고리즘이 이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2. 충남
코로나19 이후 만 3년.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를 맞았다. 감염 확산 우려에 귀성길을 포기했던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게 됐다. 대개 이런 자리에서 중장년층의 화제는 ‘정치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번 설 명절에는 그 정도가 심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야당의 향후 진로 등등. 이 화제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충청의 정치’는 끼어들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민심의 ‘바로미터’, ‘캐스팅보트’로 분류됐지만, 선거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는 진정 충청권 인구만 빨아 들이는 밉상 도시일까.아니면 거대 수도권과 대항할 ‘충청권 메가시티(특별자치단체)’의 핵심 동력이 될 곱상 도시일까.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막말 논란이 한편으론 2023년 세종시 현주소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당장의 단편적‧단기적 시각으로 보면, ‘전자(밉상)’에 가깝다. 김 지사 역시 섭섭한 마음에 ‘밉상’ 표현을 썼다고 했다.외형상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인구 상당수가 세종시로 이동한 지표에서 비롯한다. 이에 행복도시건설청의
‘매니페스토(manifesto)’란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민운동이다. 이는 곧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을 이상적 공약으로 삼았다.하지만 여야 거대 정당과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마스터플랜보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같은 막연하거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당선 이후에도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고, 선거 때마다 같은 공약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충청권의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국회 세종의
차기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청권은 호남(68.5%)에 이어 두 번째인 67.6%였다. 22대 총선이 1년 여 남은 시점에서 발표된 결과에 지역 의원들 표정이 좋을 리 없을 터.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속으론 몹시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7석)과 세종(2석)을 석권했다. 충남도 11석 중 과반(6석)을 확보하며 우위를 점했다. 양상은 3년 만에 바뀌었다. 중앙과 지역의 정권은
이장우 대전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정치력’을 강조해왔다. 그는 대전시장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짓고 지역의 이익을 챙기는 큰 정치인이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래서인지 행정보다 정치에 무게를 둔 ‘전형적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정치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장임에 틀림없다.이 시장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정치인 이장우’를 ‘의리와 충성의 아이콘’으로 표현하곤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시절 ‘친박 돌격대’라고 불릴 정도로 저돌적 충성심을 보였고, 탄핵 과정과 그
[이희택 기자] 2021년 9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 세종의사당법(국회법 개정안)이 2023년에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원회 설치 규모와 세종동(S-1생활권) 입지(63만 1000㎡) 내 공간 배치 계획, 여의도의사당 활용안 등 실질적 후속 조치가 없다. 진전된 흐름이라곤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분원으로 세종의사당을 둔다'란 선언적 법안 문구에다 정부 예산안에 부지매입비 350억 원 반영 뿐이다. 일각에선 47년 여의도의사당 시대에 변화가 찾아온 것만으로도 "지각변동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알멩이가 없다
여야 대치에 새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던 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사업비를 내년 예산안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시 정부안대로 예산안이 처리됐을 경우 세종의사당 부지 매입비 700억 원은 수포로 그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에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여야는 23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으로 정한 12월 2일 처리시한을 20일 이상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처리 기록(2019년 12월10일)도 13일 경신하게 됐다. 여야 모두 늦장 처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니,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표할까. 결국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힘겨루기 때문 아니겠나. 법인세율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예산 편성으로 포장만 했을 뿐.여야는 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라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을 꼽았다.두 사자성어 모두 화살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올해 정치권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중앙과 지방 권력이 교체됐고, 여야 지위가 바뀌었다. 여야는 바뀌었지만,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정치 수준은 정권 교체 이전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내로남불’식 인사는 전 정부를 답습했고, 이른바 ‘윤핵관’과 ‘관저 정치’에 몰두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최종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필요성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실내마스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와 방역 당국, 대전·충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정 지역 광역단체장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다음 달부터 당장 마스크를 벗겠다고 나오는 배경에도 관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노골적으로 힐책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포고(布告)였다. 합법으로 불법을 다스리겠다는 것이고, 대화가 아닌 대결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화와 타협 없는 사회는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가만히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모호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동남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한 이유를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라고 묻는 MBC 기자를 향해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 언쟁까지 붙었다. 대통령실은 이 언쟁의 조처로 현관 앞에 벽을 쳤고,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출근길 문답 중단을 통보했다. ‘우린 지금 MBC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라는 걸 행동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찍힌 MBC는 ‘퇴출’ 압력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MBC의 출입 기자 등록 취소, 기자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자신의 핵심 공약 추진을 위해 ‘민간투자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에 “민자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1일 대전시의회 시정질의 답변 과정에서 흘러나왔다.그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제 공약이기도 하다”고 운을 뗀 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지난 1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육사 충남 이전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무산됐다. 이전 반대 측의 방해에 가까운 반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막말은 물론, 몸싸움까지 빚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헌법기관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니. 얼마나 볼썽사나운 꼴인가. 충남도는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를 논산시로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그에 따른 당위성도 내세우고 있다. 그 당위성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가 정연하면 반대 측은 찍소리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충남도 논리에는 군데군데 틈이 있다. 그러니
나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거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다. 일반인들은 대통령실을 출입한다고 하면 ‘똑같은 기자’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 이 안에서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기득권과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300여 명(298명)이 들어와 있다. 이 중 대변인실과 소통관 직원 50여 명을 제외하면, 기자(내신)는 250여 명 안팎. 여기서도 선(線)이 그어진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풀 기자단은 어림잡아 200여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은 최근 신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펴냈다. 어쩌자고 그 반가운 택배에 슬픔을 배송했는진 모르겠으나, 그의 이번 시집은 유독 ‘죽음’에 대한 사유가 돋보인다. 그는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죽음은 나의 죽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신의 죽음이, 그 슬픈 죽음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그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다, 라고 깊게 공유하는 마음, 나누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인은 “그래야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이 ‘아, 나의 마음을 이렇게 공유하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