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쉰세번째 이야기] 실세보다 실력있는 정당이 이긴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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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3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으로 정한 12월 2일 처리시한을 20일 이상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처리 기록(2019년 12월10일)도 13일 경신하게 됐다. 여야 모두 늦장 처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니,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표할까. 결국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힘겨루기 때문 아니겠나. 법인세율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예산 편성으로 포장만 했을 뿐.

여야는 윤석열 표 예산과 이재명 표 예산을 절반씩 주고받으며 지루한 협상을 끝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그 피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갔다.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예산안 처리에 발목 잡혀 상당 시일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무고한 젊은이들이 왜 거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밝혀야 할 시간을 여야는 무심히 흘려보냈다. 유가족은 어제도 울고, 오늘도 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윤 대통령은 49재 날 웃으며 술잔을 샀다. 

혹자는 말한다. 이번 예산안 협상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이긴 게임이라고.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간을 벌었다. ‘지공(遲攻)’이 먹혔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끌려다녔다. 예산안 처리에 국정조사를 끼워 넣은 것이 패착이었다. 그런 면에서 초선인 이재명 대표의 여의도식 정치 스킬은 부족해 보인다. 사법리스크에 매몰돼 시야가 좁아진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 돌파구를 전혀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하지만, 이 대표 역시 오십보백보다. 

거대 양당 상황이 이러니, 정치개혁과 선거제 개편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일언반구 하나 없었다. 

정치개혁과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뿐 아니라, 국민적 여론과 지지가 뒤따라야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치권의 해묵은 화두인 개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나 현 정권이 의지가 없는데 이를 누가 주도하겠나.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논란을 불러일으킨 거야(巨野)도 눈치만 살피고 있다. 차기 총선까지 이대로 갈 거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졌다. ‘100년 집권’을 운운했던 당이 고작 5년 만에 야당으로 돌아갔다. ‘촛불’로 얻은 정권을 ‘오만’으로 내줬다.

국민의힘은 모두 이겼다. 하지만 반년도 안 지나 윤 대통령에 의한 ‘사당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앙 권력은 ‘윤핵관의 힘’이란 조롱을 듣고, 교체된 지방 권력은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해 있다. 

국민은 실력 없는 정치권력을 바라지 않는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터널을 먼저 빠져나오는 쪽이 차기 총선을 이길 확률이 높다. 정권은 유한해도, 실력 있는 정당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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