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쉰한번째 이야기] 대전·충남이 왜 ‘총대’ 메야 하나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최종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필요성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실내마스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와 방역 당국, 대전·충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정 지역 광역단체장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다음 달부터 당장 마스크를 벗겠다고 나오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장우 시장이나 김태흠 지사 모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행정 책임자의 올바른 접근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마스크 해제의 과학적 근거가 없고, 고위험군과 특수시설 보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결단하는 건 ‘독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또 다른 변이 등 돌발상황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은 다시 마스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더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까지 함께 유행하는 이른바 ‘트리플데믹’ 위험성 때문이다. 

지역사회 동의 없이 마스크를 ‘벗자, 말자’의 찬반 논쟁으로 단순화하는 건 사회적 합의 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왜 하필 우리가 총대를 메야 하느냐’는 반발도 감안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방역 전문가들도 대전·충남의 독자적 마스크 해제 추진을 우려하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실내마스크를 당장 벗는다고 하면 감염이 늘 것은 뻔하고, 감염이 느는 만큼 중환자와 사망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조정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특정 시점과 조건을 못 박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시장과 김 지사가 정부나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짐작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정치인은 이슈도 던지고 판도 흔들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은 국민의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보다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 말대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보다는 행정을 우선시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 시장이나 김 지사 모두 대외적 ‘관심 끌기’에는 성공했다. 이후의 판단과 결정은 전적으로 정부와 방역 당국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주변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억측과 정치적 의심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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