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서 ‘친윤’으로...정치인 이장우의 승부수
완충지대, 포용 없는 ‘질주’...정책 연속성은 ‘흔들’
정치인 시장의 눈과 귀, 용산 아닌 시민에게 향해야

대전시장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을 만난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대전시장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을 만난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정치력’을 강조해왔다. 그는 대전시장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짓고 지역의 이익을 챙기는 큰 정치인이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래서인지 행정보다 정치에 무게를 둔 ‘전형적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정치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이 시장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은 ‘정치인 이장우’를 ‘의리와 충성의 아이콘’으로 표현하곤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시절 ‘친박 돌격대’라고 불릴 정도로 저돌적 충성심을 보였고, 탄핵 과정과 그 후에도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 이장우 시장이 이제는 ‘친윤 돌격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조직1본부장으로 대선 승리에 기여한 후, 자신의 선거에서도 이를 십분 활용했다. 대전시장 후보시절,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자신의 공약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점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에게 ‘이장우 후보를 찍어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고 ‘경제 시장’이라는 선거 프레임을 확고하게 만든 것도 결국은 ‘정치인 이장우의 승부수’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당선 뒤에도 이장우 시장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프레임을 대전시정에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대전시정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축소판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회에서 여야가 지역화폐 예산을 둘러싸고 힘 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 이 시장은 한 발 앞서 지역화폐 무용론을 제기하며 ‘온통대전’ 폐지·축소를 먼저 결정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 의지대로 지역화폐 예산이 반영될 가능성이 큰데도 어물쩍 물러나 기다리기보다는 윤 정부 기조대로 빠른 결정을 내렸다.

이 시장은 후보시절 4조원이 넘게 드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하며 전액 국비확보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1월말 시의회에서 “민자유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윤 정부 긴축 재정, 공공부문 민영화, 민간투자 활성화 등 정책 기조에 발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정부가 최근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하고 나서자 이장우 시장은 대전시 실·국과 감사위원회 등에 선제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 정부가 나서기 전에 대전시가 먼저 ‘보조금 대수술’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주민참여예산과 각종 민간 위탁사업이 소수의 먹잇감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불신을 드러내며 사업축소, 운영주체 변경 등을 추진해 왔다.

이장우 시장이 지난해 ‘대전에서 먼저 실내 마스크 착용 자율화를 실시하겠다’며 전국적 논란의 불을 지폈던 것만 봐도, 이 시장 스스로가 윤 정부 국정기조와 정책의 최전선에 선 돌격대장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노마스크 논란’ 전까지 여론을 관망하던 윤 정부는 조심스럽게 ‘실내 마스크 착용 자율화’ 쪽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바로 이런 점이 이장우 시장이 가진 정치적 감각이자 힘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정권의 눈치만 보다가 실익은 챙기지 못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앞뒤 가릴 것 없는 충성과 실천으로 실익을 챙겨 올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인 시장의 중요성 만큼, 행정과 정책에 대한 불안요소 없이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어가는 ‘행정가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우회적 쓴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위한 테스트베드냐”는 질문은 오로지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는 ‘정치인 시장’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대전은 광주나 대구와 달리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경도되지 않는 도시로 유명하다. 달리 말해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시각을 달리하는 시민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정치인 시장’의 눈과 귀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니라,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시민들에게도 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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