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김영환 충북지사 '세종시=밉상→곱상' 발언 논란
2023년 세종시 현주소 재점검 계기... 인구 유출로만 보면 '밉상'
수도권 인구 6만여 명 흡수, 충청권 상생 발전 및 공존 속도 앞당긴 '곱상'
내년 메가시티 출범 예고... 수도권 대항마이자 과밀 해소 첨병으로 나아가야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 서울시 제공.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불꽃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 서울시 제공.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는 진정 충청권 인구만 빨아 들이는 밉상 도시일까.

아니면 거대 수도권과 대항할 ‘충청권 메가시티(특별자치단체)’의 핵심 동력이 될 곱상 도시일까.

최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막말 논란이 한편으론 2023년 세종시 현주소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당장의 단편적‧단기적 시각으로 보면, ‘전자(밉상)’에 가깝다. 김 지사 역시 섭섭한 마음에 ‘밉상’ 표현을 썼다고 했다.

외형상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인구 상당수가 세종시로 이동한 지표에서 비롯한다.  

이에 행복도시건설청의 최근 자료를 분석해봤다.

충북도부터 살펴보면, 세종시 출범 직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세종시로 순유출 인구는 2만 600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인구 159만여 명의 약 1.6%를 내줬고, 매년 약 2600명의 충북도민이 세종시민이 된 셈이다.

옛 연기군 전체와 공주시 일부를 내준 충남도 역시 같은 기간 2만 5775명의 순유출을 겪었고. 대전시는 세종시로 가장 많은 11만 8716명을 떠나 보냈다.

세종시로 순유입 인구의 63.47%가 충청권이다 보니 속이 쓰릴 만도 하다.

포괄적‧중장기적 관점으로 입장 전환을 해보면, 상황은 달리 다가온다. 김 지사가 공식 사과와 함께 정정한 단어인 ‘곱상’이 맞다.

세종시를 만들지 않았다면, 서울 2만 4966명과 경기 3만 3181명, 인천 5064명 등 수도권 인구 6만 3211명이 충청권으로 내려왔을까.

국책사업에 따라 정부부처와 국책연구기관, 공기업 등을 강제 이전했기에 그나마 수도권 인구 증가세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초집중‧과밀 수도권 인구는 지난 2019년 말 사상 처음으로 국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세종시 이상의 수도권 위성 도시가 경기도에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인구수를 무기로 광역급행철도(GTX) 등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기업·대학·언론·문화·상업·정치 기능 대부분도 수도권에 쏠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배아픔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 ‘수도권 과밀 해소’ ‘행정‧입법‧사법 기능의 집적화·효율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바라봤으면 한다.

고무적인 부분은 이 기간 세종시 뿐만 아니라 충북과 충남의 전체 인구가 각각 3만여 명, 10만여 명 늘었다는데 있다. 대전시만 7만여 명 줄었는데, 세종시 순유출을 제외하면 사실상 4만여 명 선에서 인구 유입을 확대했다.

결국 수도권 과밀 해소 취지로 탄생한 세종시가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쳤어도, 철옹성 같은 수도권 저지선을 뚫는데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영‧호남권에서도 순유입 점유율 13%를 기록하는 등 당초 취지인 ‘전국민 도시’ 면모를 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10년간 세종시로 순유입 인구 추이. 
지난해 10월 기준 10년간 세종시로 순유입 인구 추이. 행복청 제공. 

이와 함께 세종시 출범은 충청권 공존과 상생 발전 속도도 끌어 올리고 있다.

▲세종~청주 고속도로, 충북선 고속화, 충남 석문산단 인입철도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2020년 대전시와 충남도의 혁신도시 합류 ▲충청권 광역철도 2단계 사업 본격화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의 지방 5대 선도사업 포함 ▲KTX 오송역 이용객 300만명 안팎→900만명 돌파 ▲충청산업문화철도(보령선)의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 ▲대전과 공주, 청주로 광역도로 연결 및 비알티(BRT), 자율주행 버스 운영 가속화 ▲1조 원 대 청주 방사광 가속기 설치 ▲청주공항으로 접근성 강화 ▲보령~대전 고속도로 연결 가시화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임박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변화는 2024년 충청권 메가시티, 즉 특별자치단체 출범의 초석이 되고 있다.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지역민간 문화·관광 교류도 점점 활성화 되고 있다. 2027년에는 하계 세계 대학경기(유니버시아드) 대회도 공동 개최한다.

이제는 충청권이 세종시로 인구를 빼앗겼다는 소모적 논쟁을 거둬 들이고, 미래 700만 메가시티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

2030년 세종시 완성기까지만이라도 조금 더 기다려주는 여유를 갖고 공존의 길을 활짝 열길 기대한다. 후광 효과는 반드시 메가시티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충청권의 궁극적 목표도 거대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메가시티 구축에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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