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4개 시도 ‘원팀’ 강조..KTX 세종역 갈등 ‘수면 위’
지방은행 설립·충남도-경기도 베이밸리 메가시티도 ‘뇌관’

충청권 메가시티가 광역단체장 전원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진: 지난 5일 충북도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충청권 지역발전 협력회의’ 모습. 왼쪽부터 이택구 대전시 행정부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충청권 메가시티가 광역단체장 전원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진: 지난 5일 충북도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충청권 지역발전 협력회의’ 모습. 왼쪽부터 이택구 대전시 행정부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류재민 기자] 충청권 메가시티가 광역단체장 전원 교체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모두 국가 균형발전을 통한 동반 성장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적잖은 마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충청권 4개 시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충북도청사에서 김영환 충북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택구 대전시 행정부시장과 함께 ‘국토교통부·충청권 지역발전 협력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추진전략은 ▲충청권 국가행정과 균형발전 중심으로 도약 지원 ▲핵심 거점 간 광역·간선망 연계 강화 ▲특화산업 육성과 혁신성장 기반 조성 등 3대 추진전략이다. 한마디로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약속한 셈이다. 

與 4개 단체장, 국토부와 지역발전 협력 모색
‘충청광역청’ 출범 앞두고 추진단 구성·운영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내 수록된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로드맵. 대전세종연구원 제공.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전략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내 수록된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로드맵. 대전세종연구원 제공.

이에 앞서 충청권 광역단체는 최근 충청권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추진단) 운영을 시작했다. 

추진단은 충청권 특별지자체(가칭 ‘충청광역청’) 출범을 앞두고 각 지역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전략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추진단은 1단 3개 과 9개 팀(총 37명)으로 구성했고, 세종시 산하 직제로 편성됐다.

특별지자체 구성 논의는 지난 2020년 11월 20일 충청권 4개 시도가 ‘메가시티 추진 합의문’을 채택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4개 시도지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었다.

이후 지난해 6.1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으로 전원 교체되며 충청권 메가시티의 지속적 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다행히 신임 단체장들은 유기적 공조와 추진단 구성 등 메가시티 조성에 적극성을 나타냈다. 

최민호 “세종역 신설해야” vs 김영환 “세종시, 충청 밉상”
실타래처럼 얽힌 시도간 갈등·이견, 메가시티 조성 ‘변수’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5일 지역발전 협력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KTX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는 세종시를 ‘충청 밉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5일 지역발전 협력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KTX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는 세종시를 ‘충청 밉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다만, 4개 시도의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 향후 추진단 활동과 나아가 메가시티 조성에 ‘뇌관’이 될 전망이다. KTX 세종역 건립을 둘러싼 세종시와 충북도의 대립이 대표적 사례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5일 지역발전 협력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게 그동안 충남과 충북이 반대해온 KTX 세종역 신설을 요청했다. 이에 김영환 충북지사는 비공개회의에서 역 신설 불가론으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급기야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종시는 본래 목적에서 이탈해 하마나 공룡처럼 무한 확장으로 충청권의 인구를 깎아 먹어 충청 밉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충청권의 단결을 세종시가 해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최민호 시장이나 세종시는 김 지사의 공개 비판에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세종시당은 성명을 통해 “행정수도로 완성해야 하는 세종시에 계획에 맞는 인프라 건설은 상식”이라며 “KTX세종역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고 국내외 방문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어 “새해 시작부터 세종시가 ‘충청 밉상’으로 폄하됐다”며 “최민호 시장은 지역발전 협의회의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김 지사의 글에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충남과 대전의 입장 차가 크고, 충남도가 경기도와 ‘베이밸리 메가시티’란 별도 노선을 걸으면서 향후 충청권 공조가 견실하게 이어질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여당 소속 단체장들이 충청권 메가시티에 의지를 보이면서 지역민들의 기대치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를 얼마나 슬기롭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원팀’ 유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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