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마흔아홉번째 이야기] 언론을 발 아래 두겠다는 권력의 오만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동남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한 이유를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라고 묻는 MBC 기자를 향해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 언쟁까지 붙었다. 

대통령실은 이 언쟁의 조처로 현관 앞에 벽을 쳤고,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출근길 문답 중단을 통보했다. ‘우린 지금 MBC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라는 걸 행동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찍힌 MBC는 ‘퇴출’ 압력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MBC의 출입 기자 등록 취소, 기자실 출입 정지, 기자 교체 요구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의견을 달라고 했다. 점입가경(漸入佳境), 갈수록 가관이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에 “위험한 선례”라고 논평했다. 국내는 물론, 외신마저 대통령실의 ‘MBC 때리기’를 비판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직업적 동료 의식의 발로는 아니리라.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기고, ‘이 XX’나 ‘쪽팔려서’를 쓰고도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을 향한 저항이고 항거다. 사실을 보도한 언론, 그것도 특정 언론만 콕 짚어 뒤집어씌우는 꼴이란. 또 그걸 이용해 기자들을 이간질하려는 발상이란. 누가 악의적인가. 

대통령은 언론을 권력의 홍보 수단쯤으로 여기나 보다. 그래서 눈에 거슬리는 기자와 보도는 ‘악의적’이라고 믿고, 친한 기자들은 따로 불러 챙기나 보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 권력자와 싸우는 사람들이다. 파이팅 넘치게 싸운 결과를 기사로 국민들에게 내놓는 사람들이다. 편향 보도, 왜곡 보도는 상응하는 논리로 대응하거나 법적 절차를 통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독재국가의 본질적 차이 아니던가. 

나라 안팎으로 엄중한 시국에 경제난까지 겹쳐 민생은 나날이 고단하고 고달프다. 그런데 이런 ‘아날로그’ 방식의 언론 통제로 국력을 소모할 일인가. 이유는 옹졸하고, 과정은 한심하며, 결과는 불통이다. 

대통령실은 2017년 새해 첫날 대통령 앞에서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있던 기자들처럼 행동해야 ‘대통령에 대한 예의’라고 판단하는 건가. 찍힌 언론사에 광고를 끊고, 가차 없이 내치려는 행태는 개탄스러울 정도다. 당시 대통령은 몇 달 만에 탄핵당했다. 누가 악의적인가.

이게 비단 대통령실만의 일일까. 한 줌 권력을 쥔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치단체장도 만만치 않다. 그것마저 대통령을 따라가려는가.

언론을 발아래 두려는 권력의 오만이 중앙이고, 지역이고 할 것 없이 뻗치고 있다. 오만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국민들이 마냥 지켜볼 것 같은가. 누가 악의적인가.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