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곽순환 4조원, 보문산 개발 3천억원’ 민자유치 검토
민자유치 명분 “빠르게 사업추진 가능”...속도전 예고
공공성 훼손, 정경유착, 특혜시비...실패 경험에서 배워라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자료사진.

[김재중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자신의 핵심 공약 추진을 위해 ‘민간투자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4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3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에 “민자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1일 대전시의회 시정질의 답변 과정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제 공약이기도 하다”고 운을 뗀 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행정절차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세종, 충남·북과 함께 민자건설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공약 추진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시민들의 수익자 부담이 불가피한 민간자본 유치에 대해 그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민간자본 유치’ 방식은 후보시절 공약과도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 시장은 후보시절 “99㎞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에 약 4조 2651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국비 확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공공부문 민영화, 민간투자 활성화 등 정책 기조에 순응한 결과로 풀이되지만, 자치단체장이 대통령 공약사업을 국가사업이 아닌 민간투자로 해결하겠다고 먼저 나선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다른 시정질의 답변에서 “보문산 체류형 관광단지 개발을 공약으로 수립했고, 곤돌라와 케이블카, 워터파크, 숙박시설 등 관광개발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약 3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 사업기간 단축, 임기 내 실현을 위해서는 민간자본 유치가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 시장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과 보문산 관광 개발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면서 공통적으로 ‘속도’를 언급했다. 정부 재정사업으로 진행하면 속도가 느리고, 민자유치로 진행하면 속도가 빠르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민자유치 사업이 정부 재정사업보다 ‘빠르다’는 것은 대전시민의 경험과 전혀 다른 인식이다.

민자유치로 진행됐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사업은 사업자 선정과 추진과정에서 온갖 특혜시비와 소송전에 시달렸다. 상수도 민간투자, 도시공원 특례사업 등 상당수 민투사업이 구상단계부터 논란을 부르고 좌절됐다. 다른 자치단체가 추진한 민투사업에서도 교훈을 얻을 만한 실패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와 이장우 대전시장의 ‘공공재에 대한 민간 투자유치 정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자본이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냐는 의문, 설령 민간자본을 움직일 만한 ‘유인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런 유인책은 대부분 정경유착과 특혜시비로 이어져 왔다는 경험 때문이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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