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정쟁 비화로 실종된 ‘조율의 정치’ 보여줘야

[아산=안성원 기자] #1.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일수록 반향실 효과(反響室 效果, echo chamber)로 인해 확증편향이 강해지고, 이는 극단화를 더욱 심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벽에 부딪혀 반사되는 반향실처럼,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집단을 배척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거대 양당정치와 사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는 SNS의 알고리즘이 이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2. 충남도가 경영효율화를 위해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선 가운데, 아산시에 위치한 4개 기관의 내포신도시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아산지역 도의원들과 시의원들은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반대 서명부도 도 지휘부에 전달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박경귀 아산시장과 도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선동하고 있다”며 각을 세우는 상황. 양측은 ‘무능’, ‘왜곡’, ‘선동’ 같은 날 선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이번 사안을 장외전으로 이어가고 있다.

#2에 담긴 이야기는 계묘년 새해, 아산시민들의 설 명절 밥상에 오를 주요 화제로 꼽히고 있다. 처음에는 아산시민의 실익을 놓고 불거진 사안이 결국 ‘정쟁’으로 비화 된 모습이다. 내포 이전을 추진하는 김태흠 충남지사를 호위하는 국민의힘과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천막농성에 이어 1인 시위로 박경귀 아산시장을 압박하고 있고, 오는 26일에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역시 아산지역 도의원들을 중심으로 언론을 통해 민주당이 여론을 호도해 도의 균형발전과 공공기관 효율화 의도를 정치적으로 왜곡한다고 반격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만 되풀이하며 귀는 막고 있는 형국. 대화가 사라진 것이다. 대화란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주장해서는 불가능하다.

이는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정치의 기본이다.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 과정이 다소 시끄럽고 멀리 돌아가야 할지언정,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끌어낸 합의가 결국 가장 바람직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2를 보면, 양측이 서로를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이면서도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조율’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서로 힘 싸움을 위한 여론전에 몰두한 모습에 시민들의 피로도가 쌓여간다. 언제부터 ‘정치’에 대화가 사라졌을까. 

그동안 양측의 주장은 각자 충분히 피력한 듯하다. 이제 대화를 나눠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론의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부동산 침체, 정치권의 실망스러운 모습 등 설명절 밥상에 오를 화두 대부분이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에 지쳐가는 시민들에게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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