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반민주적인 언론관과 기자단의 퇴행적 운영 행태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나는 박근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거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다. 일반인들은 대통령실을 출입한다고 하면 ‘똑같은 기자’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 이 안에서도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고, 기득권과 카르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300여 명(298명)이 들어와 있다. 이 중 대변인실과 소통관 직원 50여 명을 제외하면, 기자(내신)는 250여 명 안팎. 여기서도 선(線)이 그어진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에 속한 언론사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풀 기자단은 어림잡아 200여 명에 달하고, 나머지는 비(非) 풀 기자다. 이 선은 '결계(結界)'와도 같아서 쉽게 넘나들 수 없다. 그 까닭은 대통령실과 기자단의 기자실 관리와 운영에서 비롯된다. 대통령 주재 회의나 경내·외 행사, 해외 순방까지, 풀 기자단이 근접 취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 

비 풀 기자단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임에도 동등한 취재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이는 비단 윤석열 정부에 국한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그랬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땐 해외 순방의 경우 전용기 탑승 기준을 완화했다. 모든 출입기자들 대상으로 탑승 신청을 받았고, 좌석이 부족하면 민항기를 이용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전용기 좌석은 매번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양해는커녕 신청조차 받지 않는다. 전용기는 풀 기자단만 탄다. 대통령 전용기는 국가의 소유이다. 대통령실이 ‘타라, 타지 마라’ 할 권한과 자격이 없다. 이 와중에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9월 미국 순방 때 ‘바이든 대 날리면’ 사태의 ‘보복’ 성격이 강하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언론을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보라는 듯. MBC를 비롯한 언론단체, 야당은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번 MBC 사태는 “언론탄압”이라고 발끈하고 말 성질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언론의 기로를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순방 취재를 거부해야 했다. 총회 결과 실질적인 ‘보이콧’은 없었다. 그마저 비 풀단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 그들만의 논의와 결정이었다. 

그래 놓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공동 대응’이라고 발표하는 처사란. 그래 놓고 다음 날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동남아로 날아가는 우(遇)란. (‘한겨레’와 ‘경향신문’만 대통령실 조치 항의 차원에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민항기를 타고 갔다.) 

이 정부는 툭하면 선을 넘고 있다. 기자들은 ‘선 긋기’(일명 ‘밥그릇’)에 매몰돼 공적 감시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에는 ‘섬’이 있고, 섬 기자들은 말할 기회조차 없다. 나는 그 섬에서 말 대신 글로 쓴다. 대통령은 반민주적 언론관에 사과하고, 기자단은 퇴행적 기자실 운영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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