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쉰네번째 이야기] ‘국가 균형발전’은 헛공약이었나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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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에 새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던 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사업비를 내년 예산안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시 정부안대로 예산안이 처리됐을 경우 세종의사당 부지 매입비 700억 원은 수포로 그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에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종의사당 예산안이 350억 원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절반이 날아갔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사업비도 3억 원 확보에 그쳤다. 이 대표의 “대폭 반영” 약속은 무색해졌다. 

일부에선 오는 2027년 동시 완공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더구나 세종의사당의 경우 ‘이전 범위와 규모’ 등을 담은 국회 규칙 제정도 불발됐다. 

민주당 세종시당과 지역구 국회의원(홍성국·강준현)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세종의사당 부지 매입비를 따왔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래도 민주당은 자화자찬할 명분이라도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세종의사당·대통령집무실 예산 통과에 침묵하고 있다. 당초 정부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으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 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종시를 찾아 “행정수도가 아닌 진짜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대선을 100일 앞두고 밀마루 전망대에 올라가선 충청의 뿌리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회에서 세종의사당 설치법이 통과된 날 의사당 부지에 방문했다. 부친이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도 나오셨고, 세종시를 대선 D-100일 오늘 방문했다.” 

취임 후에는 첫 국무회의를 세종시에서 주재하며 공약 이행에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정부 여당의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충청권을 떠나 국가 균형발전에 어떤 의지와 태도를 지녔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충남 공주·부여·청양)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충남 서산·태안)은 정부 예산안 통과 뒤 일부 언론으로부터 지역구 예산만 챙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도 지역민들로부터는 박수받을 일이다. 다만, 지역구를 넘어 충청권 전체의 환영을 받을 순 없었을까. 

다수당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무기력도 내내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여야가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이라고 강조한 세종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은 아쉬운 예산서를 받아든 채 새해를 맞게 됐다. 새해부터는 총선 정국에 돌입한다. 여야는 또 무슨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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