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반발에 ‘묵묵부답’, 적극적 공약 이행 의지 ‘부족’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충남 지역공약이 갈등과 논란으로 번지고 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충남 지역공약이 갈등과 논란으로 번지고 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류재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충남 지역공약이 갈등과 논란으로 번지고 있지만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와 정치권은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공약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육군사관학교(육사) 이전과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치가 대표적이다. 현재 육사는 논산시, 경찰병원 분원은 아산시가 각각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육사의 경우 군 지휘부와 육사 동창회 등에서 이전에 반대하고 있고, 경찰병원은 분원은 공모 사업으로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이들 현안 모두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공약 파기’ 등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尹 만난 김태흠, 육사 이전 긍정적 답변 얻었다지만 
대통령 공식 입장 없어..찬반 대립·갈등만 부추겨
경찰 분원도 ‘공약→공모방식’ 전환에 ‘부글부글’

지난달 5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육사충남유치범도민추진위원회’ 출범식 모습. 자료사진.
지난달 5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육사충남유치범도민추진위원회’ 출범식 모습. 자료사진.

육사 이전의 경우 김태흠 충남지사가 윤 대통령과 회동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경찰병원 분원 역시 1차 후보지에는 선정됐지만, 최종 확정 여부는 미지수다. 

김태흠 지사는 언론인터뷰에서 경찰병원 분원을 ‘공모방식’으로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공모해서는 안 될 걸 공모했다”며 “이렇게 벌려놓고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충남도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는 또 2일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들과 나눈 차담에서도 경찰병원 분원은 윤 대통령의 지역공약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범 시도민 추진위 출범해 대응 나서
기자회견 등 통해 대통령 공약 이행 ‘촉구’
여권 “지역사회, 차기 총선에서 심판할 것” 우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는 육사 이전과 경찰병원 분원 유치를 위한 범도민(시민)추진위가 꾸려졌고, 민·관·정이 유치를 위한 역량을 모아 강력 대응에 나섰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15일 국회 도서관에서 육사 이전 유치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반대 측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범도민추진위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강하게 성토했다. 추진위는 “국가와 국방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집단엘리트주의에 빠진 육사 총동창회의 편협하고 그릇된 사고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육사 충남 이전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총동창회도 육사의 중장기 비전 실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결단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산시는 지난 1일 범시민 추진단을 출범하고 경찰병원 분원 유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찰병원 분원은 응급의학센터와 건강증진센터, 23개 진료과를 비롯해 550병상 규모 3차 병원으로, 오는 2028년 건립 계획이다.

아산시는 지난 1일 범시민 추진단을 출범하고 경찰병원 분원 유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아산시는 특히 경찰청이 윤 대통령 충남 공약을 공모로 진행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아산시는 지난 1일 범시민 추진단을 출범하고 경찰병원 분원 유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아산시는 특히 경찰청이 윤 대통령 충남 공약을 공모로 진행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앞서 경찰청은 지난 11일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 1차 후보지로 충남 아산시를 비롯해, 경남 창원, 대구 달성군 3곳을 선정했다. 아산시는 교통 편의성과 부지 활용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1차 평가를 통과했으며, 2차 현장 실사를 앞두고 있다. 

충남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지난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아산 온양온천역 유세에서 아산에 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 경찰청은 돌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 후보지를 공모 접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 결과 19개 지자체, 24곳의 건립지가 접수돼 이미 약속된 대통령 공약 이행 전에 소모적 유치 경쟁을 심화시키고 전국적으로 지역 간 여론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의 확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아산갑)과 박경귀 아산시장은 오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병원 분원이 윤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점을 내세우며 유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명수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와 도당 당직자 연석회의에서 “경찰병원은 아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역공약이고, 정부 차원에서 신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치와 설립에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지역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충남의 아들’이라며 지지를 호소했고, 지역 사회는 화답했다. 이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공약 이행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정부와 집권 여당은 차기 총선에서 표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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