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일수 증가'로 인한 농작물·건강영향 우려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주목'

윤석열 정부가 ‘기후대응 댐’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1차 후보지(안)로 정해진 전국 지자체에선 격렬한 찬·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댐 건설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장기적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충남 청양 지천댐의 경우 갈등은 민·관을 넘어 민·민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 댐이 정말 필요한지, 건설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정부의 피해 최소화 방안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들여다보려 한다. <편집자 주>

① 수요는 커지고 공급은 턱 없이 부족···보령댐도 공급계약률 99%
② 댐 건설하면 농작물 다 죽는다?
③ 평생 터전 사라지는 농민들, 실질적 보상이 관건
④ 갈등 앞에 선 충남도·청양군 ‘군민 이익 극대화’ 방안 제시돼야


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천 까지유원지 일대. 자료사진. 
댐이 건설되면 수몰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천 까지유원지 일대. 자료사진. 

“댐을 건설하면 안개가 심해 인근 농작물은 다 죽는다. 지금도 일조량이 부족해 피해를 입은 농가가 많다. 축산 농가도 마찬가지다. 가축 호흡기 질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청양 지천댐 후보지 인근 주민이 지난달 26일 청양군에서 열린 김태흠 충남지사의 도민과 대화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댐이 건설되면 물이 모이기 때문에 안개가 증가한다는 것. 그리고 이 안개로 인해 주민은 물론 가축의 호흡기 질환이 우려되고, 농작물이 햇빛을 받지 못해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민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며 농업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생계와 터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댐 건설 원천 백지화를 촉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도 마땅한 주장이다.

댐 건설 확정 전 '전략환경영향평가' 진행 예정 

문제는 안개일수 증가로 인한 농작물 환경 영향 분석 연구 사례가 적다는 데 있다. 이마저도 농작물과 인근 주민에게 주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분석한 자료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조사된 자료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우선 댐 건설 절차 상 환경부가 기본실시설계를 착수하면 환경영향평가를 거치게 되는데, 사업 타당성 조사 직전 즉, 댐 건설이 확정되기 전, 안개 일수 영향이 포함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별도로 진행한다.

환경부는 영향평가결과가 나오면 주민에게 공개한 후 최종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천댐 후보지 수몰지역인 부여 은산 이장단은 11일 환경부를 찾아 안개 피해 우려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사가 몰려있는 은산면은 가축의 호흡기 질환 우려보다, 저기압으로 축사 악취가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더 크다.

대청댐이 수문을 개방하고 홍수조절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료사진. 
대청댐이 수문을 개방하고 홍수조절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료사진. 

안개일수는 대체로 증가..건강 연관성 ‘확인불가’

1981년부터 2010년 사이 이뤄진 댐 안개관련 연구 현황에 따르면 대체로 댐 담수 후 수증기량 증가와 심층방류로 인한 온도차에 의한 안개일수가 증가한다고 분석됐다.

특히 지역개발연구(조선대)가 2004년 연구한 ‘주암댐 주변 안개발생예측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주암댐 주변 안개발생은 연평균 91.7일로, 평균 30일 미만인 주변 다른지역보다 많았다. 이 연구는 안개발생 원인을 일최고기온과 상관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990년부터 1996년 사이 안개일수 증가에 따른 인체 건강성 영향 연구는 댐 건설로 인한 안개일수 증가가 인체 건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체로 ‘유의미한 연관성 확인이 불가’하다고 조사됐다.

가정의학회지(강동성심병원 등)가 1990년 발표한 ‘댐 건설로 인한 인공호수주변 춘천과 원주지역 주민 간의 질병증상 발현율 비교연구’ 결과에 따르면 춘천호와 의암호 등이 건설된 후인 1974년~1978년까지 안개일수는 약 50일 증가했지만, 근골력계질환의 발현율이 호수가 위치한 당시 춘천시 춘성군 지역과 호수가 없는 원주시 원주군 지역 간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조사했다.

안개증가→건강피해?..인과관계 단정 못해 

전라남도(전남대 의대)가 1996년 조사한 ‘주암댐 안개 등 기상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조사’도 안개일수는 증가했지만 사망률, 만성기관지염, 관절증, 정신장애, 내분비대사질환 등 의료기관을 찾는 횟수 등은 대조지역(댐이 없는 기타 지역)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흡기 질환은 주변 지역이 많으나 만성기관지염은 오히려 낮았고, 안개가 적은 지역일수록 폐기능 이상자가 많다는 연구 결과다.

댐 건설로 인해 안개는 증가했지만 지역주민의 건강피해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홍수조절용으로 만들어진 한탄강댐과 평화의댐 건설 전·후 안개일수 비교표에 따르면 한탄강댐은 철원기상대에서 관측한 결과 건설 전 연 평균 33일(2011~2016년 평균치)의 안개가 발생했고, 건설 후 41일(2017~2021년 평균치)로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청양문예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 설명회가 지천댐건설반대취진위원회의 격렬한 항의로 무산된 후 대치면 등 수몰 예정지 주민들이 환경부에 설명회를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피해 보상 방안 등을 설명했다. 자료사진. 
지난달 27일 청양문예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첫 설명회가 지천댐건설반대취진위원회의 격렬한 항의로 무산된 후 대치면 등 수몰 예정지 주민들이 환경부에 설명회를 다시 열어달라는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피해 보상 방안 등을 설명했다. 자료사진. 

다만 청양 지천댐의 경우 이들 댐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작고 지형에 큰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민의 피해와 우려에 상응하는 보상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더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와 주민 이해를 위해 면밀한 사전 조사 및 연구가 요구된다.

김미영 충남도 물관리정책과 주무관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댐 주변 경계선에 걸쳐 부득이하게 보상을 위한 매입이 안될 수 도 있다”며 “이런 경우 간접지 보상 방식으로 주민이 참여한 심의를 열어 안개가 심해 농사가 부적절한 곳이라고 판단되면 조례 등을 통해 더 나은 여건을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이어 “주민들께 절대로 일방적인 피해를 감수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충분히 소통할 시간이 있고, 의견을 서로 개진할 절차가 남아있다. 지천댐은 중소규모 댐으로 계획됐기 때문에 안개일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댐 주변 지역 농가, 축사가 위치하고 있어 안개로 인한 소득감소가 있을 경우 농가 보상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