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브리핑]
‘미친 채솟값, 지천댐, 갑천 물놀이장, 0시 축제’

기후변화가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만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죠.

우리는 ‘기후위기’을 이야기할 때 ‘거대 담론’을 떠올리곤 합니다. 미디어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경각심을 심어 줍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우리에게 너무 멀리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자극적인 소재이긴 하지만, 내 삶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란 것이 문제죠.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 들립니다.

가까운 곳의 변화, 우리 이웃의 갈등이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채솟값 이야기부터 해보죠. 최근 <디트뉴스> 기자가 농산물 도소매 거래 현장을 확인한 결과, 경매시장에서 시금치 4㎏ 한 박스 최고가격이 30만 원을 웃돌고 그나마 마트 등 소매점에서는 찾아보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무, 배추 등 다른 채솟값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구요.

물론 농산물 특성상 유통구조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결국 원인은 폭염과 폭우 등 기후변화와 관련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우리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지요.

충남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양 지천댐 건설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전국 14개 댐 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는데, 청양과 부여를 아우르는 지천댐 건설계획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주민들이 찬반논란에 가세하며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는데요. 환경부나 충남도는 지천댐 건설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홍수와 가뭄에 대응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댐을 건설하려는 쪽은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댐 건설을 반대하는 쪽도 환경파괴를 걱정하며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기후위기는 이처럼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폭염이 극성을 부렸던 8월 중순, 대전에서 열렸던 0시 축제도 논란의 중심에 섰지요. 축제 개최를 마뜩잖게 여기는 시민들은 ‘왜 굳이 폭염이 극성인 기간에 대규모 축제를 열어야 하냐’고 반대 논리를 폅니다. 축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폭염을 문제 삼는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폭염’이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얼마 전 대전에서 큰 논란이 됐던 ‘갑천 물놀이장 조성계획’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홍수로 물에 자주 잠기는 갑천 둔치에 웬 물놀이장을 조성하려 하느냐는 관점에서 금강홍수통제소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더군요.

지난 10년 동안 물놀이장 예정부지가 홍수에 잠긴 적이 10차례나 있었는데, 침수 피해가 컷던 대부분 연도가 최근이었습니다. 과거보다 현재, 현재보다 미래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타당합니다.

측정 지표상 1994년 여름과 2018년 여름, 그리고 올해 여름이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됐습니다. 가장 뜨거웠던 1994년 폭염 기록이 24년 만에 깨졌고, 그 기록이 깨지는데 불과 6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년, 후년에, 또 그 이듬해에 폭염 기록이 계속 경신될지 모를 일이죠. 그래서 “앞으로 여름 중 이번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과 이슈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 무엇을 실천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오늘의 이슈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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