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위헌성 가중 법안“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정부 이송된 지 ‘닷새 만’
野 일제히 반발.."국민과 전면전" "윤석열 특검 도입"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으로 기록된다. ⓒ황재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신속 재가했다. 지난 4일 법안이 통과된 지  닷새 만이다. 이날 거부권은 윤 대통령 취임 후 15번째로 기록됐다.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황재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신속 재가했다. 지난 4일 법안이 통과된 지 닷새 만이다. 이날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 15번째로 기록됐다.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대통령실은 9일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순직 해병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한덕수 “野, 위헌성 가중 법안 단독 처리”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일 내 결정했다. 1차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법안 이송 후 14일만에 이뤄진 것과 대조된다. 

이는 오는 19일 채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 거부권 행사 시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통령 탄핵청원이 이날 기준 13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채상병 1주기(19일)에 앞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분노한 민심 뇌관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기 때문.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공주·부여·청양)은 최근 <디트뉴스>와 만나 “채상병 1주기와 대통령 탄핵청원 100만 명을 넘긴 상황에서 특검법을 또 거부한다면 분노한 민심 뇌관에 불을 붙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국민과 전면전 선택..정권 몰락 시발점 될 것"
조국혁신당 "윤석열 특검법 발의할 것"

야당은 일제히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어이 국민과 전면전을 선택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해병대원 특검법은 윤 대통령과 보수세력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국민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였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일갈했다. 

윤 대변인은 "130만 명이 넘는 탄핵청원을 통해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 것을 이국만리 외국에서 전자결재로 처리했다"며 "국민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윤 대통령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의원 일동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60% 이상 찬성한 특검법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심판받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다”며 “특검법 거부는 민심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순직해병 특검법으로 수사외압 진상을 규명하려는데 윤 대통령이 거부했다. 그래서 이제는 윤 대통령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이 필요하다”며 “국회 재의결에 실패하면 혁신당은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거부권 행사는)민심에 정면 맞서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국민 분노는 폭발 직전 임계점에 달했다. 윤 정권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은 국회로 넘어왔고 국민의힘은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을 징계하려는 모습을 보면 기대감을 갖긴 어렵다"며 "이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할 시간이다. 전당대회용 공수표가 아니라 진정 특검에 동의한다면 수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친한계 10명만 모아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어쩌면 이토록 비정하고 박절하냐"며 "미국 하와이 땅에서 부랴부랴 허겁지겁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행사할 만큼 대통령에게는 그 무엇보다 급한 일이었느냐"고 비난했다. 

국회 돌아온 특검법..국민의힘 8표 이탈해야 통과

윤 대통령이 정부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밟는다.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이탈표 8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특검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재의결에 필요한 이탈표 8표는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 1호로 다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처리 저지에 나섰지만, 야당은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채상병 특검법’은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 규명과 대통령실·국방부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토록 한 법안이다. 100여명 수사팀이 70일 간 수사하고, 한 차례 기간(30일)을 연장할 수 있으며, 특검 후보는 민주당 한 명과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가 한 명 추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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