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보고 과정 민선 7기 추진 정책 ‘재검토’ 속앓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정무, 산하기관장 후보군 소문 무성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16일 옛 충남도청사 대강당에서 35명으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위촉식을 진행했다. 대전시 제공.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16일 옛 충남도청사 대강당에서 35명으로 구성된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위촉식을 진행했다. 대전시 제공.

[류재민 기자] 충청권 광역·기초 단체장직 인수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수위를 바라보는 지역 공직사회에서 깊은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시·도정이 교체되면서 민선 7기 추진했던 핵심 정책이 ‘재검토’ 대상에 오르거나 민선 8기 출범 이후 인수위 참여 인사들의 공직사회 진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벌써 정무부시장(부지사)을 비롯해 산하기관장 후보군 이름이 돌 정도다.
   
민선 8기 정책 변화 예고, 행정 연속성 저하 ‘우려’
대전 보문산 개발·트램 사업비, 충남 안면도 개발 ‘재검토’ 가능성
“행정 연속성·일관성 유지 차원 급격한 기조 변화 불안”

지역 공직사회가 인수위 활동과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이들이 ‘점령군’ 행세를 해왔던 관행 때문.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7일 인수위 첫 회의에서 “인수위는 ‘점령군’이 되어선 안 된다”며 “공직자들과 원만한 소통을 통해 민선 8기 사업들을 준비하고, 비밀 누설과 직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각별히 지켜달라”고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 업무보고 과정에서 인수위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정책 변화를 예고하면서 공직사회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이다. 

대전시의 경우 보문산 개발사업,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비, 지역화폐 사업 유지 여부가 대표적 사안이다. 특히 트램의 경우 업무 보고 과정에서 ‘허위 보고’ 논란이 불거지며 인수위와 공직사회간 대립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충남도 역시 숙원인 ‘안면도 개발사업’ 재검토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향후 인수위 결과 보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시의 한 공무원은 “정권 교체기 지역사회 숙원이나 민감한 현안의 재검토나 정책을 바꿀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의 연속성과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급격한 기조 변화는 공직사회의 불안과 불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어공’ 공직사회 진출 우려도
‘대규모 자문위원단’ 구성도 ‘뒷말’..낙하산 인사 이어지나
“인수위, ‘잿밥’보다 핵심 공약 이행에 집중해야”

또, 당선인과 친분이 있거나 캠프 출신이 인수위원과 자문위원으로 합류하면서 공직사회 우려는 커지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은 당선 직후 공직사회 인사와 관련해 “연말까지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정무라인 교체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특히 양승조 지사 정무라인과 민선 7기 산하기관장을 겨냥해 “도정은 도지사가 책임지는 것”이라며 “함께 참여한 사람은 떠날 때도 함께 떠나는 것이 상식”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충남도청 출신의 한 간부 공무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한 전임 정권 지우기 작업”이라며 “일종의 ‘군기 잡기’와 ‘내 사람 심기’가 뒤따랐던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이 지난 9일 도청 별관 2층에서 열린 '힘쎈 충남 준비위원회 위촉식'을 갖고 있는 모습. 충남도 제공.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이 지난 9일 도청 별관 2층에서 열린 '힘쎈 충남 준비위원회 위촉식'을 갖고 있는 모습. 충남도 제공.

인수위는 소수 ‘실무형’으로 꾸린 뒤 ‘대규모 자문위원단’ 인선을 바라보는 공직과 지역사회 시선도 곱지 않다. 충청권 광역단체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해 20명 이내로 인수위를 구성했지만, 상대적으로 자문위원 수는 월등히 많기 때문.

현재 대전은 36명, 충남은 135명의 특별 및 분과별 자문위원을 위촉한 상태이며, 추가 인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들은 주로 교육·문화·사회를 비롯해 학계와 언론계 등 출신이지만, 일부 전문성이 의심되는 인사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2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지방자치단체직 인수위원회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인수위원이나 전문위원으로 정치인 혹은 당선인 선거캠프 인사를 위주로 구성하는 사례들도 있었다”며 “인수위에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새로운 정책 기조 및 정책과제 선정시 특정 관료나 이익단체 등의 논리에 쉽게 휘둘릴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19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인수위는 당선인의 핵심 공약을 공직자나 주민과 상의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객관적으로 지역의 ‘인재풀(pool)’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수위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공직에 참여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소위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면, 인수위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하혜영 조사관은 “단체장직 인수위는 활동을 마치면 활동 경과 및 예산 사용 등을 담은 결과보고서(백서)를 제작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향후 인수위 활동 결과의 공개 의무를 법률에 포함하고, 구체적인 공개방식 등은 조례로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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