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 여론조사 전 의회 승인 요청
특별법안 확정 하루 만에 '상임위 의결'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전에 치우치면서 주민 의사가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통합 최종 결정 방식으로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승인 절차를 택했지만, 시·도민 여론조사도 마치지 않은 채 의결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안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는 이날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시도지사·시도의회의장을 대상으로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가칭)’을 전달했다. 법안은 총 7편 17장 18절, 296개 조항이다. 초안 대비 2개 조항이 늘었다.
지방의회 승인 절차는 특별법안 확정 하루 만에 개시됐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들은 이튿날인 심의 당일 법안 전문을 받고, 의결에 참여했다. 앞서 양 시·도와 민간협의체는 행정통합 최종 결정 방식으로 복잡한 절차와 예산을 수반하는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승인 방식을 택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현재 행정통합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 100%, 유선 전화면접조사(100%) 방식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인지도와 통합 필요성, 통합 기대효과, 특례 의견, 찬·반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대전·충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유효표본)이다. 사실상 주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가 주민을 대표해 행정통합 추진 결정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안경자 의원(국민의힘·비례)은 지난 14일 열린 상임위 회의에서 “최종 법안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의결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무리가 있다”며 “의원도 모르는데 시민은 얼마나 이해를 하고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충남도의회에서도 행정통합 논의의 성급함을 지적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선태(더불어민주당·천안10) 의원은 이날 열린 임시회 5분발언에서 “성급한 추진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주민 동의 없는 통합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고 미래에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현실적인 통합 가능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고, 통합을 결정하는 방식도 의회 동의 절차가 아닌 주민투표를 통해 직접적 의사를 묻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각각 오는 23일, 29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행정통합 의견 청취의 건을 심의·의결한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양 시·도의회로부터 찬성 의결을 얻은 후 내달 중 행정안전부에 통합건의서를 제출하고, 국회에 특별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주민 여론조사 결과가 시·도의회 임시회 폐회 전까지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의원들이 조사 결과를 확인해 최종 의결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부산·경남은 여론조사를 거쳐 찬성 의견이 우세하면,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준비 중인 전북도는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공감대를 확인한 뒤, 하반기 주민투표를 거쳐 행정통합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2014년 통합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이 이뤄졌다. 반면, 경남 창원·마산·진해가 통합해 2010년 출범한 ‘통합 창원시’는 주민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합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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