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마흔네번째 이야기] 여차하면 틀어지는 게 정치 속성

왼쪽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왼쪽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들고, 실익이 없다”고 선언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기다렸다는 듯 일주일 뒤 메가시티 불참을 선언했다. 경남과 울산 단체장 모두 지역에 돌아올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3년여 추진했던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출범 5개월 만에 문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곽명섭 <부산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4일 칼럼에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부울경 상호 간의 신뢰 훼손”이라고 우려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소멸 시대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겼다. 견고한 공조의 틀 속에서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갔다. 타 지자체 부러움을 한껏 안고 달리던 메가시티 열차가 하루아침에 탈선할 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사이 충청권 메가시티가 본궤도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부울경의 후발주자였지만, 선두로 자리바꿈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 그런데 과연 충청권 4개 시도의 공조는 튼튼한가? 겉으로는 여당 단체장으로 새로 꾸려진 4개 시도가 굳건한 ‘동맹관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까지 끈끈하게 이어져 있을까. 

충남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적극적이지만, 대전은 그렇지 않다. 충남도는 지난 7월 지역 금융기관 설립 추진 전담 테스크포스(TF)를 신설해 본격적인 지방은행 설립 추진에 들어갔다. 

대전시는 질세라 같은 달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지원 중심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지역 금융기관’과 ‘기업금융 중심 지역은행’은 엄연히 방향과 성격이 다르다. 두 지자체가 각자도생한다면, 충청권 지방은행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뿐인가. 세종과 충북은 KTX 세종역 건립으로 수년째 아웅다웅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민선 8기 들어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비를 편성하는 등 역 신설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28일 “세종시가 재추진하는 KTX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고 불필요하다”며 “세종역을 만드는 건 올바르지 않고, 이 문제는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충남은 최근 경기도와 ‘베이밸리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손잡았다.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양쪽에 신경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다 놓치지 않을까 해서다. 

이처럼 4개 시도 모두 여차하면 메가시티를 중단할 명분이 이미 서 있다. 지나친 기우라고, 충청권이 안 되길 바라는 거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공들였던 부울경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걸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쉽게 쌓은 모래성은 금방 무너진다. 부울경을 반면교사 삼자는 얘기다. 충청권 공조 체계를 가다듬을 필요도 있다. 충청도가 동반 발전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충청권 상호 간의 신뢰 훼손”이라는 칼럼은 쓰고 싶지 않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