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세종시에서 행정협의회를 갖고 ‘특별지자체’ 구축에 뜻을 모았다. 자료사진.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세종시에서 행정협의회를 갖고 ‘특별지자체’ 구축에 뜻을 모았다. 자료사진.

6·1 지방선거 이후,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연대 및 통합을 통한 초광역 특별자치단체 구성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성패를 가를 부울경 메가시티와 대구·경북 행정통합 및 광주·전남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립과정에 균열의 틈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계획까지 일찍 발표하고 사무국까지 출범했음에도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능하지도 않은 일에 엉뚱한 짓 하지 말라”는 부정적 입장을 표함으로써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해온 부울경 3개 시·도 역시 최근 예산확보에 손을 놓으면서 좌초위기에 직면했다고 한다. 울산은 특별연합이 실익이 없다며 인근 도시인 경주, 포항시와 해오름동맹 상생협의에 매진하고 있다.

경남은 광역연합이 인력과 재정만 낭비하는 비효율적 정책이라며 발을 빼기 시작했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등 울산·경남과의 연합에 공을 들여온 부산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안타까운 신세가 되었다. 광주·전남의 특별자치단체 구성도 그 이슈와 열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채 잠잠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미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시킨 상황에서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의 콘트롤타워도 출범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자 해당 광역자치단체와의 협의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초광역 메가시티가 물거품이 되는 것을 비롯 지역균형발전이 후퇴 내지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불만감이 지방에서 점차 불거지고 있다.

윤 정부 지역균형발전의 밑그림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6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시한 국정과제가 바로 초광역 메가시티의 조성이다. 즉 5대 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강소도시를 집중적으로 육성시키는 이른바 ‘통합형 스마트 지역발전전략’이 바로 윤 정부 지역균형발전의 밑그림이다.

지역주도로 초광역 메가시티가 구축되면 대권역 내 광역자치단체 간 상호협력으로 신산업을 발굴 육성하고,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신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 그러면 권역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하고 개발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메가시티 육성으로 비수도권의 지방경쟁력을 제고시킬 뿐 아니라 지방인구감소 및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윤 정부의 복안이다. 지난 정부들의 정책과 다른 점은 공공기관의 이전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같은 신개념의 프로젝트를 도입해서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인 지방 이전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지난 40여 년 동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980년대 수도권정비계획에서부터 2010년 출범한 세종시 건설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의 각종 정책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은 커녕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전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50.4%, 지역총생산(GRDP)의 52.6%, 취업자의 50.5% 집중을 넘어섰다. 매년 2030세대 10만 명 가까이가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더 심각한 통계치는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금융거래가 70%, 수도권 권역에서 수·발신되는 정보가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수도권에 인적 자원은 물론 금융과 정보가 몰리고 일자리와 경제가 집중되어 다시 인구가 증가하는 불균형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외 여건상 위기로 치닫는 경제문제를 빌미로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수도권 신·증설 허용,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으로 신규 공급물량 규제 완화 등이 지역균형발전 정책과의 조율 없이 졸속 결정되고 있어 지방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제 윤 정부의 비수도권 초광역화 전략만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자 희망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초광역정부는 세계적인 추세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20세기 중반까지 세계는 국가와 국가 간의 경쟁이 전개되어 왔다. 그 후 세계화 지방화의 물결 속에 국가 간 경쟁 대신 도시와 도시 간 경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도시권과 도시권 간의 경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등장한 개념이 바로 광역경제권, 초광역지방정부, 메갈로 폴리스 그리고 메사시티 리전 등이다.

물론 학문적 개념보다 정책적 개념으로 등장한다. 즉 도시와 지방의 행정구역에서 벗어나 일일생활이 가능하고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000만 이상의 광역도시권을 의미한다. 메가시티는 산업경제, 지역개발, 교통․문화, 환경․복지 등의 문제를 행정구역을 초월해서 지역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지역발전의 기제로 여러 국가에서 활용된다.

일본은 1995년부터 특별지방공공단체를 통해 광역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현재, 116개가 설치되어 있다. 간사이 광역연합은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연합해서 광역방재, 관광문화와 산업진흥, 의료보건․환경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있다. 이 광역연합 안에 인구 2200만, 지역총생산이 91조엔에 이른다. 이 광역단체들은 One 간사이를 지향하며 “지자체 간 행정구역의 축성(築城)은 낙성(落城)의 지름길”이라며 초연결․초융합의 대변혁기에 슬기롭게 적응하고 있다.

그 외에, 프랑스의 파리대도시권 조성을 위한 그랑프리 프로젝트, 영국의 대도시권 협력구축을 위한 City Deal 전략, 미국의 11개 메가리전 전략인 America 2050 전략, 중국의 지역공동발전전략을 위한 징진지 구상 등은 모두 초광역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추세의 일환이다. 반면, 대한민국 광역자치단체는 평균 인구 고작 300만명이자 이마저 행정구역에 갇혀있어서 도시권 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충청권 메가시티의 불씨를 살려야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희망은 이제 충청권에서만 그 불씨가 살아있다. 지난 8월 충청권행정협의회에서 대전·세종, 충남·북 4개 시도 단체장들은 충청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운영 및 설립방안에 관한 보고를 검토한 후 4개 시도가 초광역 협력으로 지역자원을 공유, 중복사업투자 방지, 광역생활경제권을 구성하기 위해 ‘충청권 특별지자체설립 합동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실로 반갑고 다행스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충청권 메가시티가 출범하면 인구 550만, 지역총생산 250조에 이르는 초광역권으로 수도권 은 물론 세계 대도시권과도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앞으로, 충청권은 사명감을 가지고 타 시도 광역연합 추진상의 위기와 실패를 거울삼아 메가시티 조성의 실익에 대해 충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선 협력 후 통합의 원칙에 입각해서 추진과정에서 제기될 제반 갈등들을 현명하게 풀어가길 바란다. 아울러, 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의 기본 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충청권에 과감한 행·재정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충청권 메가시티의 조성 성공여부에 따라 윤 정부 지역균형발전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