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네 탓' 공방이 연일 뉴스 정치면을 도배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부터 LH 무량판 아파트에 이어 잼버리까지. 현 정권은 전 정권에, 전 정권은 현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정당정치의 목표가 정권 획득에 있다는 점에서 견제와 비판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다만 대화와 타협, 대안이 전제로 깔렸을 때 비로소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우리 정치는 '닥공(닥치고 공격)'만 있어 유감이다. 협치는 꿈같은 소리다. 민생 경제는 입으로만 챙긴다. 책임은커녕 사과와 반성도 없다. 눈만 뜨면 서로 못 잡아먹어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폭염이 왔다. 연일 푹푹 찌는 날씨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사망자도 잇따랐다. 폭염경보와 야외활동 자제를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메시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린다. 우리만큼 안전관리에 철저한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듯.지난 2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각국에서 온 청소년 대원들을 환영했다. 윤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여러분의 선배 스카우트”라며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무용담을 펼쳐놨다. “야외활동의 설렘, 다른
지난 26일 이승원 세종시 경제부시장이 부임 인사를 겸해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들과 만났다. 세종의사당 규칙안 처리가 단연 화제였다. 기자들은 언제쯤 규칙안이 통과될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누구는 여야가 8월 국회에서 합의할 것 같다고 했고, 누구는 하반기 정기 국회에나 통과될 것 같다고 했다. 그것도 아니면 내년 ‘총선 카드’로 써먹을 거라고 했다. 어찌 됐건 ‘총선 전에는 되겠지’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총선 전에 ‘안 될’ 여지도 있다. 여전히 세종시로 내려가는 걸 꺼리는 수도권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많은 것도 이유
역사적으로 성군이라 추앙받는 군주들은 치수와 방재에 힘썼다. 대표적으로 중국 요순시대 하(夏)나라 우(禹)왕이 있다. 우왕은 홍수가 빈번한 황하 일대에서 9년간 벌인 치수 사업에 성공해 민심을 얻었고, 그걸로 왕좌에 올랐다. 농경시대 홍수는 최대 재앙으로 여겼고, 민심과 직결됐다. 따라서 우왕의 이야기는 ‘물을 다스리는 자가 왕이 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내린 집중호우에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에 깔려 죽고, 지하차도에 갇혀 죽고,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가족들은 망
지난 10일 세종시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위원회)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국토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 2개월 만에서야 간판을 내걸었다. 그동안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따로 추진하면서 지방소멸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았다. 위원회 출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위원회는 중앙부처 주도로 국가 균형 발전계획과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해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구조를 갖추도록 했다. 쉽게 말해 지역 현장과 주민들의 생생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이렇다. ‘오염수 방류는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 14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본 여야 입장은 판이하게 갈렸다.여당은 국제기구가 이렇게 발표했으니 믿을 수 있고, 야당은 더 이상 ‘괴담’과 선동 정치를 중단하라는 거고, 야당은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땅에 묻을 일이지, 왜 바다에 버리냐는 거다. 대통령실은 IAEA 발표에 “존중한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오케이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6일 국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내년 총선을 승리해야 한다면서, 대선 기간 약속한 공약을 구체성을 국민들께 보이지 못하면서, 총선 때 우리는 뭐라고 할 건가”라고 따졌다. 따짐보다 일침에 가까웠고, 일침보다 비판에 가까웠다. 광역단체장이 당 지도부에 대놓고 이런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 3선 중진 의원 출신이라는 구력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충청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흐르고 있으리라.김 지사뿐만 아니다. 이날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교육계뿐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대통령 지시가 옳다, 그르다며 격랑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의 ‘수능 지시’는 사교육 척결에 방점을 뒀다. 대통령은 교육 당국을 겨냥해 ‘한 편(카르텔)’이란 표현까지 썼다. 강성노조, 보조금 비리 세력 등을 ‘척결 대상’이라는 의미로서 카르텔이란 규정을 해온 만큼, 교육개혁도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걸로 읽힌다.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교육 시장을 바로
국회는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정부 질문을 진행했다. ‘기·승·전·오염수’였다. 일본이 당장 다음 달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오염수를 마실 수 있냐”고 공격했고, 한 총리는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면, 마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오염수보다 위협적인 현안 중 현안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바로 ‘지방(지역)소멸’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비수도권 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산과 맞물려 지역의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자신의 ‘뿌리’로 일컫는 충청을 찾았다. 충북 청주에서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착공을 축하했고, 충남 부여에선 이앙기에 올라타 모를 심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지역 행보에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사회와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정작 충청도민들은 대통령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대통령 방문 전후 지역에서 나온 얘기는 한 마디로 “선거 때가 왔구나” 였으니. 윤 대통령이 모내기하러 부여에 왔을 때, 익숙한 인사들이 따라왔다. 대통령실이 배포한 현장 사진 가운데 정진석 의원과 김태흠 충남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한다. 아울러 ‘기회발전특구’ 운영 근거도 생겨 특구 이전 기업은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시·도 발전계획과 부처 부문별 계획도 지방시대 종합계획으로 합쳐진다. 향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보고 등 이행력까지 확보했다.자, 그럼 윤석열 정부 슬로건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실현될 수 있을까. 수도권 ‘일극 체
“선거 때 보자.”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듣는 소리다. 긍정보다 부정적인 뉘앙스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한편으론 여야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 여론조사는 매주 발표되지만, 유권자들은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고를 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거꾸로 민주당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반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못해서’ 지지율이 오르고, ‘누가 누가 못 하나’ 경쟁을 벌이는 게 이 나라 정치 현실이다. 거대 양당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2년 차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 정책 성과를 소개했다. 자화자찬식 자랑은 않겠노라며 생략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무색할 만큼. 전 정부 때리기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건전 재정과 부동산 정상화,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 등 성과는 결국 문재인 정부 실책을 만회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얘기는 이날 쏙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라는 양 날개를 두고 국정운영을 해왔다. 윤 정부는 이걸 하나로 묶어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국정 지지율 긍정 평가가 5개월 만에 4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물론,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득표율(48.56%)에는 못 미치고, 부정 평가도 여전히 50%를 넘는다. 결과적으로 윤 정부 1년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그 기저에는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불통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내년 4·10 총선에서 중간고사를 치른다. 낙제를 면할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전망은 어둡다. 윤 대통령이 “고향의 푸근함이 느껴진다”고 한 충청 민심부터 좋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오찬’을 했다. 작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과 소통 의지를 내비쳤다. 당선인 신분 때 기자들과 약속한 ‘김치찌개’도 언급했다.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나.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다.” 김치찌개든, 된장찌개든 대통령이라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는 자주 할수록 좋다. 언론과 소통이 곧 국민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언론과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어스테핑이 아니어도 주
말 한마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이 가진 힘이 크다는 얘기일 터. 조직의 수장이나 지도자에게 말이란, 그 정도와 깊이에 있어 상당한 위력과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려 장수 서희는 탁월한 외교관이자 전략가이며,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군을 이끌고 침입한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누란지세의 나라와 영토를 지켜냈다. 그의 언변과 인품에 감탄한 소손녕이 맞절을 한 뒤 마주 앉았다는 일화는 협상 외교의 효시로 평가받는다.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언어 역시 철저하게 관리
정치권이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살포 의혹을 두고 시끄럽다. 집권 여당에 호재인 건 맞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 노심초사인데, 야당이 찬 ‘똥 볼’이 얼마나 고마울까. 그런데 국민의힘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지지율 5% 안팎이던 후보가 단숨에 10배가 넘는 53% 득표율로 당 대표에 선출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러고 보면 정치라는 게 참 묘하다. 무슨 사건 사고가 터지면 세상이 뒤집어질 듯 난리를 치고도 얼마 안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수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토론이 열렸다. 국민의 기대는 컸다. 국회의원 300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위는 2003년 ‘이라크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뚜껑 안에는 기득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연대 방식으로 가득 찼다. 발언대에 선 의원 100명은 토론이라기보다 ‘자기 말 대잔치’를 벌였다. 의원 정수를 늘리니 마니, 비례성을 확대하네, 마네 옥신각신했다. ‘난상토론’보다 ‘난잡 토론’에 가까웠다.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 숫자도 줄었다.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충청권도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난 불은 사흘 넘게 온 산을 태웠다. 잠정 피해 면적만 1,400ha가 넘는다. 축구장 2천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국 10곳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집이 불타고, 가축을 잃은 주민들이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막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천재지변도 마찬가지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중앙과 지역 정부의
여야가 당 지도부와 당직을 개편하며 새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윤심’을 반영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기소에 당직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은 핵심 요직에서 내려왔을 뿐, 새롭게 진입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볼 때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비롯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와 당직은커녕 상임위원장 한 명 없기 때문이다.여야가 4월 중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리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 전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