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22일 서울 유세 현장에서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대선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대장동’이 다시 튀어 나왔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긴급 체포한 뒤 지난 19일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비단 대장동뿐만이 아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강제 북송’ 등 전 정권 털기와 ‘북풍몰이’가 노골화됐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걸 꼭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 기간에 몰아서
정치권에 때아닌 ‘친일(親日)·반일(反日)’ 논란이 한창이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일본’을 포함한 것을 비판하자 ‘반일’ 감정을 자극했다. 야당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의 패망 원인을 일본의 침략이 아닌 ‘내정(內政)’으로 규정했다며 ‘식민사관’을 갖다 붙였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논란이 된 정진석 위원장 페이스북 글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 위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논평의 본질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본질’은 ‘자강론’을 강조하기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들고, 실익이 없다”고 선언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기다렸다는 듯 일주일 뒤 메가시티 불참을 선언했다. 경남과 울산 단체장 모두 지역에 돌아올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3년여 추진했던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출범 5개월 만에 문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곽명섭 논설위원은 지난 4일 칼럼에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부울경 상호 간의 신뢰 훼손”이라고 우려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물이라 할
사람이 죽었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또 죽었다. 살아보겠다고 나간 일터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웃렛 화재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청년 3명이 숨진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가 불과 3년 전이다. 이 공장에서는 사고 1년 전에도 폭발과 함께 불이 나 근로자 5명이 숨졌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사고도 4년이 안 지났다. 산업현장 곳곳에선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사고라도 얼마 안 가 잊히고 만다. 나한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지역정당 도입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정당법 개정안을 다루고,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는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역정당 도입 필요성을 묻고 있다. 지역정당 이슈는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차기 총선을 1년 반 앞두고 재등장한 이슈 앞에 정치권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정치의 울타리 안에선 지역정당 출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이를 순순히 허용하느냐에 달렸다. 밥그릇 크기를 줄일 용기가 있을까, 하는 물음 앞에 긍정보다 부정이 앞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올랐다. 외신은 극찬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 원이 쌓이고,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모두 가져가는 서바이벌 게임이다.극 중 게임 주최자는
올해 추석은 정치·사회적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인다. 물가는 치솟고, 먹고 살기는 점점 어려우니 명절이라고 마냥 반가울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그렇고, 민생 경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 바닥만 보인다. 국민이 정치나 사회 이슈에 거리를 두려는 이유일 것이다. 더 걱정은 정치권력을 바라보는 ‘불신’에 있다.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지만, 정반대 현실 앞에 국민의 속만 마르고
국회는 2일 정기 국회를 열어 예산안 심의를 비롯해 100일 회기에 돌입했다. 바야흐로 ‘쩐(錢)의 전쟁’이 시작됐다.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혼연일체로 뭉칠 시점이다. 한 푼이라도 더 따와야 내년 살림살이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첫해 ‘건전재정’을 한답시고 내년도 예산을 확 줄였다. 국비 확보전에 뛰어든 전국 지자체와 정치권의 경쟁이 치열해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충청권 예결위원들(박영순·홍성국·장동혁)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짐을 떠넘길 순 없다. 상임위별로 지역 예산이 깎이지 않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다.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라는 지역적 연고를 앞세워 민심을 끌어당겼다.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전후한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낙제점 수준이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도마저 긍정 평가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는 현실이다. 왜 이런가. 대체 충청의 아들을 대하는 부모 동네 주민이 등을 돌리고, 부모 고향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가 석 달 만에 왜 이 지경에 다다랐을까. 정부는 지난 22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
“대전의 연구․인재 개발, 전남의 발사체 산업, 경남의 위성 산업의 삼각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고,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유일한 ‘지역’ 이야기다. 대전시는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우주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전을 포함한 삼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환영했다.다만,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삼각 체제’ 즉 ‘클러스터’의 개념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클러스터의 사전적 의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잇단 패배로 중앙과 지방 권력을 한꺼번에 잃었다. 국회 의석 180석을 보유하고도 수성에 실패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그야말로 수세다. 민주당은 차기 총선과 정권 탈환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연다. 새 지도부가 꾸려지고, 지역 시도당도 정기 개편대회를 열어 전열을 재정비한다. 충청권에서는 재선의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그는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본선에 진출했다. 이제 파란을 넘어 ‘파격’에 도전한다. 그는 컷오프 정견 발표에서 “익숙한
윤석열 정권이 출범 초부터 ‘비상 상황’에 봉착했다. 국정뿐만 아니라 정치 현안이 난마처럼 얽혔다. 꼬인 실타래를 풀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들 마음은 콩밭에 있고, 잿밥에만 눈독 들이고 있으니. 국민이 국가 지도자와 집권 세력을 믿지 못할 수밖에. 국민의힘은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최고위원까지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셀프 비상(非常)’의 이면에는 또 다른 권력의 진용을 짜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이준석 대표를 쳐내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혀 놓고 ‘핵관 정치’를
[지상현 기자]대전 대덕구의회의 파행이 끝모를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의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원구성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면서 기초의회 무용론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대덕구의회의 의장 선거 파행은 지난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석씩 동수(同數)로 선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7월들어 전국적으로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섰고 대덕구도 새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변화와 쇄신을 예고하고 있지만, 대덕구의회는 지방정부 출범 이후 한달이 넘은 현재까지 출발도 못했다.그 책임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게 있다. 의
우리나라는 삼권(입법·사법·행정)이 분리된 국가이다. 1인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는 제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삼권이 분리되지 않고,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쏠려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국민만 보겠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은 어쩌면 지지율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처음”이라는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국정을 이렇게 운영할 순 없다. ‘경찰국 신설’이 대표적인 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총경) 모임을 ‘쿠데타’에 빗댔고, 집권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출입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잠정 중단을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하루 만에 기자와 카메라 앞에 섰다.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대통령실은 전날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사유로 “기자실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대통령과 직간접적 접촉을 줄이려는 취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공지 하루 만에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것이다. 기자들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대통령실 아니었나 싶다. 기자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민선 7기 전국 17개 시·도지사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지역 균형발전은 국민 모두 어디에 거주하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밝혔다.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 8일 민선 8기 전국 시·도지사들을 만나 그 의지를 재확인했다. “저는 선거 때 국민 누구나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고 경제와 산업이 꽃피우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상황은 한 달 만에 급변했다. 새롭게 지어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고강도 혁신을 진행하라는 일종의 ‘오더’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곧바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의 역할’에만 치중하다 보니 조직이 비대해지고,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는 얘기다. 올해 교체가 예정된 공공기관장은 70여 명. 5개 기관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벼르고 있어 교체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친박의 화려한 복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민선 8기 문을 열어젖혔다. 지역사회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다. 두 사람이 국회의원 시절 ‘소문난 쌈닭’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때론 ‘막말’ 논란으로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취임 후에도 ‘센’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진 지켜볼 일이다. 예상컨대 ‘싸움닭’ 본능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기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싸움닭’ 기질과 성향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싸움의 대상이 ‘시민’이 아닌 ‘정부’여야 한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반(反)지성주의’를 화두로 꺼냈다.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의 공유’를 제시했다. 그 바탕에 ‘자유’를 뒀고,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자유 시민’이 되려면,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초 광주에 갔었다. 지방선거를 끝내놓고 여행차 나선 길이었다. 이른 아침 도착한 KTX 광주송정역. 무작정 택시에 올라 “광주에서 제일 유명한 곳으로 갑시다”라고 했다. 당황한 듯한 택시 기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광주는 처음이라서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디가 워디 한두 군데겄소.” 광주의 택시 운전사 김희동 씨(58·수례택시)는 이곳저곳으로 차를 몰았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숫자, 37.7%. 이번 지방선거 광주 투표율이다. 역대 모든 선거와 모든 지역을 통틀어 최저 투표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