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흔여덟번째 이야기] 국가 존망 걸린 문제를 대하는 태도

전국 인구감소지역 지정 결과. 자료제공: 행정안전부.
전국 인구감소지역 지정 결과. 자료제공: 행정안전부.

국회는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대정부 질문을 진행했다. ‘기·승·전·오염수’였다. 일본이 당장 다음 달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오염수를 마실 수 있냐”고 공격했고, 한 총리는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면, 마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오염수보다 위협적인 현안 중 현안은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바로 ‘지방(지역)소멸’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비수도권 인구가 감소하고, 저출산과 맞물려 지역의 인구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 난리를 막겠다고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와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모으고 있다. ‘1인 2주소제’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비수도권 인구는 가뭄 든 논처럼 바짝 말라가고 있는데. 이대로면 지도에서 사라질 지역이 속출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는데. 

오염수 문제가 가벼운 논쟁 꺼리라는 말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현안임은 틀림없다. 다만 지방소멸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봐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세대, 국민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18일 <경향신문> 기고에서 “서울은 급속한 소멸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지방 인구의 장기적이고 강제적 유인과 유입을 통하여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소멸만큼, 중앙소멸 위기 역시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충남 천안병)은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유일하게 ‘지방소멸’ 문제를 꺼냈다. 그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문제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발전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결국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 첨단 산업벨트 조성계획’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총 15곳 중 1곳에 불과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을 근거로 댔다.

한 총리는 확답하지 않았다. “노력하겠다”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노력’과 ‘검토’라는 단어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할 때-특히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탈출용 답변’에 주로 쓴다. 

오염수는 자신 있게 “마실 수 있다”는 총리가 지방소멸에는 뜨뜻미지근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각 총책임자 답변이 이럴진대, 관계 부처는 지방소멸에 머리를 맞댈 엄두를 내랴.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를 대하는 정부와 국회의 태도부터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족. 디트뉴스는 올해 창간 22주년을 맞아 내달 14일 ‘충남 인구감소 위기와 지역소멸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소멸의 벼랑 끝에 선 4개 시군(공주시·부여군·금산군·청양군) 단체장이 직접 패널로 참석한다. 지역이 '살아남을' 방도를 찾을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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