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흔여섯번째 이야기] 수도권 배 불리면 지역은 쪼그라든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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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한다. 아울러 ‘기회발전특구’ 운영 근거도 생겨 특구 이전 기업은 감세 등 파격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시·도 발전계획과 부처 부문별 계획도 지방시대 종합계획으로 합쳐진다. 향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보고 등 이행력까지 확보했다.

자, 그럼 윤석열 정부 슬로건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실현될 수 있을까. 수도권 ‘일극 체제’를 허물 수 있을까. 다음 달 세종시에 문을 여는 지방시대위원회는 ‘다극 체제’ 전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기대만큼 아쉬움과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단체와 비수도권 광역 지자체장, 지역 언론 등이 마르고 닳도록 요구해온 지방시대위원회의 부총리급 격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문기구로는 자치분권도, 균형발전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예산 편성·집행권 등 실질적 권한도 빠졌고, 조직 규모는 100여 명 정도다. 

또 기회발전특구는 수도권 중 인구감소지역과 일부 접경지역까지 신청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당초 정부안에는 특구 지정 대상을 비수도권으로 한정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바뀌었다. 수도권 의원들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이러면 어떤 기업이 수도권을 떠나 지역으로 내려가겠나. 수도권 일극 체제 심화만 부채질할 게 뻔하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소멸을 막겠다고 만든 특구의 본 취지마저 퇴색한 셈이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초집중과 지역소멸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수도권 위주 성장개발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국정 전반에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강력히 추진하는 통합적 균형발전 국정 기조로 신속히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전국 어디서나 균등한 기회 보장’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 50% 이하 관리’로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신속히 수립해 추진하라고도 촉구했다. 

수도권 배만 불리는 정책은 지역만 더 쪼그라들 따름이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이전하고, 국회 세종의사당 규칙안도 서둘러 처리해야 지역민들이 일말의 신뢰라도 하지 않을까. 

민보경 국회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월 발표한 ‘지방소멸 위기 대응 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인구의 양(量)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지역의 전반적 삶의 질(質)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마다 특성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의료·교통·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면 인구가 골고루 분산하고, 메가시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래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진짜 지방시대’가 열리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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