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여든번째 이야기]대선 공약 이행 여부에 ‘충청 총선’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8일 대전 노은역 광장 현장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마지막 지지 호소를 하고 있는 모습. 한지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8일 대전 노은역 광장 현장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마지막 지지 호소를 하고 있는 모습. 한지혜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6일 국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내년 총선을 승리해야 한다면서, 대선 기간 약속한 공약을 구체성을 국민들께 보이지 못하면서, 총선 때 우리는 뭐라고 할 건가”라고 따졌다. 따짐보다 일침에 가까웠고, 일침보다 비판에 가까웠다. 

광역단체장이 당 지도부에 대놓고 이런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건, 3선 중진 의원 출신이라는 구력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충청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흐르고 있으리라.

김 지사뿐만 아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충청권 단체장과 시도당 위원장들은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지방시대’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두 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충청 지역민들은 ‘충청의 아들’이라는 윤 대통령을 철석같이 믿고 대선에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밀어줬다. ‘충청 대망론’까진 아니어도, 지리적 연고의 후광을 기대했다. 후광까지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다른 지역보다 홀대받거나 소외되는 일은 없겠거니 믿었다. 

웬걸, 믿는 도끼는 심하게 발등이 찍고 있다. 대구·경북 신공항과 광주 군공항 이전 등 두 개 사업 합쳐 20조 가까이 드는 사업은 특별법 제정과 예타 면제로 순항 중인데, 500억 원 남짓한 서산공항은 예타 탈락이란 통지서를 받았다. 서산공항은 윤 대통령 공약이었다. 

국립 경찰병원 분원은 또 어땠나. 대통령 지역 공약이 어느 날 갑자기 ‘전국 공모’로 바뀌었다. 다행히 충남도와 아산시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 겨우 겨우 끌어오긴 했다. 그래 놓고 충남도와 아산시는 민선 8기 1년 성과로 경찰병원 분원 유치를 내놨다. 이러니 지역민들로선 헛웃음만 나올 수밖에. 약이 오를 대로 오를 수밖에. 

천안에 유치를 약속한 국립 치의학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왜 대통령 공약을 공모로 돌리나. 김 지사가 당 지도부에 “대통령 공약을 중앙부처에서 각 시도를 대상으로 공모해 경쟁시킨다. 대통령의 지방 공약이 공모로 가지 않게 해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세종의사당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역시 윤 대통령 공약이거나 국정과제에 담긴 내용들이다. 그런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니 집권 여당이라고 한들, 차마 얼굴을 들 수 있을까. 지역 민심을 등에 업고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 

야당은 이 틈을 비집고 들며 파상공세 중이다. 민주당이라고 얼굴을 똑바로 들 수 있을까. 그들 역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같은 공약을 했거늘. 4년 동안 지역의 국회 의석을 독점하다시피 했음에도 보여준 게 없는데. 딱히 내밀 카드가 없으니 ‘윤석열 때리기’로 일관한다. 여나, 야나 피장파장이다. 

내년 충청권 총선이 ‘윤석열 대 윤석열’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와 심판을 호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어떤 ‘윤석열’을 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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