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흔두번째 이야기] 취임 1주년에 부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오찬 자리를 찾아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오찬 자리를 찾아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오찬’을 했다. 작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과 소통 의지를 내비쳤다. 

당선인 신분 때 기자들과 약속한 ‘김치찌개’도 언급했다. “인원이 적어야 김치찌개도 끓이고 하지 않겠나. 몇백 그릇을 끓이면 맛이 없다.” 김치찌개든, 된장찌개든 대통령이라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는 자주 할수록 좋다. 언론과 소통이 곧 국민과 소통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언론과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어스테핑이 아니어도 주요 국정 현안이 있을 때, 수시로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장치는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인 까닭이다. 솔직히 윤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이 매우 미흡한 상태다. 

일부에선 굳게 걸어 잠근 언론과 소통 재개를 ‘정치적 의도’라고 본다. 당연하다. 그 자체를 문제 삼을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외교 현안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진 중요한 사안이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십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외교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사실상 없었다. 일본 위안부든, 강제노동 문제든, 미국과 핵 혁상이든. 그러니 국민과 소통하며 외교 정책을 펴야 옳다. 국민의 지지나 여론이 외교력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자세는 일단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건 있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은 선거 운동 단계에서 표를 얻으려고 언론과 스킨십과 대화를 중시한다. 기자회견도 자주 열겠다고 공언한다. 그래 놓고 정권을 잡고 나면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처럼 바뀐다. 야당과 소통도 마찬가지다. 

5년 단임제가 가진 한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경우는 언론과 대립각이 유독 세다. 걸핏하면 언론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비판적 기사나 부정적 기사가 나면 오보라는 둥, 가짜뉴스라는 둥, 의도성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의 신뢰도를 약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민으로 하여금 좀 더 현명하고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언론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질문하고 답을 얻어 국민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국민이 원하는 건, 기자들과 한가하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나누는 담소가 아닐 것이다. 내 눈으로 보고 들어 국정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렇게 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일 터. 그런 의미에서 취임 1주년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부정 여론이 60%가 넘는다. 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과 소통할 마음이 있다면, 당당히 언론 앞에 서시라. 그에 앞서 용산 기자실 앞에 있는 벽부터 허물어 없애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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