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예순일곱번째 이야기]‘낙하산 인사’ 어떻게 막을 건가

충청권 국회의원. 자료사진.
충청권 국회의원. 자료사진.

여야가 당 지도부와 당직을 개편하며 새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은 ‘윤심’을 반영한 새 지도부가 들어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기소에 당직 개편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은 핵심 요직에서 내려왔을 뿐, 새롭게 진입하지 못했다. 

지역으로 볼 때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대선 공약 이행을 비롯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지도부와 당직은커녕 상임위원장 한 명 없기 때문이다.

여야가 4월 중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리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총선 전까지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다. 당장 내년도 국비 확보부터 걱정이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에도 긴축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으니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 

그런데 지역 의원들은 이 상황을 ‘강 건너 불’처럼 보는 것 같다. 그들에겐 지역 현안이나 국비 확보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발등의 불’일 터. 당직자로 국회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할 시간에, 지역 행사장과 경로당 한 번 더 가는 게 ‘표(票)’에 이득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니 누가 당직을 준대도 흔쾌히 받을 수 있을까.

지역 의원들이 이 대목에서 간과하고 있는 ‘변수’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에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공천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꾸로 지역구 의원들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역량이 부족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의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정치력이 약화할수록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소위 ‘밀실 공천’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선 내년 총선에 검찰 출신을 비롯해 대통령실 인사 수십 명을 전략공천 할 거란 풍문이 돌고 있다. 가뜩이나 현역 교체론이 커지는 마당에 지역구 관리만 몰두할 순 없는 국면이다. 

지역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라, 외부에서 내리꽂는 인사가 공천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또 지역민 입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외부 인사들이 지역에 내려와 단기간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느냐를 따져보면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이 상당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미디어 시대다. 이제 정치인도 언론 보도나 TV 화면에 비치는 것이 중요해졌다. MZ 세대와 4050 세대 영향력이 커진 시대적 흐름에서 지역구 행사장이나 도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할까. 국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미디어 노출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 공천과 당선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어떤 의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충청권 의석수가 영호남이나 수도권에 비해 적다 보니, 지도부 선거에 나가도 상대적으로 당선 확률이 낮다. 얼굴이나 알리려 나가고 싶진 않다.” “3선은 해야 당권이나 원내대표, 상임위원장을 노려볼 수 있는데 지역에는 초재선이 많다. 이들이 다시 당선되면 달라지지 않겠나.”

선거에 ‘다음’은 없다. 충청권은 더 그렇다. 지도부에서 배제됐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없다는 거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차(車)도 없고 포(包)도 없으면, 중앙당의 묻지 마 식 '낙하산 인사'를 무슨 수로 막아낼 건가. 내일이면 4월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