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흔다섯번째 이야기] 충청도민은 지난 선거 때 약속을 알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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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 보자.”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듣는 소리다. 긍정보다 부정적인 뉘앙스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한편으론 여야 모두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 

여론조사는 매주 발표되지만, 유권자들은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고를 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고, 거꾸로 민주당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반대 결과가 나오고 있으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못해서’ 지지율이 오르고, ‘누가 누가 못 하나’ 경쟁을 벌이는 게 이 나라 정치 현실이다. 거대 양당에 불신과 실망은 무당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면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도 숙인다. 심지어 바닥에 절까지 한다. 머슴이 주인 떠받들 듯 굽신거린다. 당선만 되면 ‘나라를 살리고, 민생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다 배지를 달면 국민과 한 약속은 먼지처럼 날아가고, 국회에서 먼지 나게 싸운다. 나라와 민생은 국회가 바뀌어도 죽을 둥 살 둥 한다. 오죽하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올까. 국민들 입에서 “선거 때 두고 보자”라는 말이 나오는 건 국회가 자초한 것이리라. 민심은 냉정하고 정확한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라고 한다. 정부 여당이 1년도 안 남은 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할진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정부 여당만 치르는 게 아니다. 4년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도 심판받는 선거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중간고사’라면, 민주당은 ‘기말고사’ 격이다. 

충청권에서는 여야의 지역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에 표심의 향배가 드러날 것이다. 문제는 지역에서도 주류 정당과 현역 의원을 향한 지역민들의 냉소와 혐오가 매우 크다는 데 있다. 여든 야든 “잘한 게 없다”라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중진이 많으면 뭐 하나, 구심점이 없는데. 어떻게든 배지 한 번 더 달아 볼까, 욕심만 부리는데. ‘용퇴’를 선언하는 다선 의원 하나 없는데. 혹시 아는가. 지금이라도 불출마를 선언하면, 용산에서 장관 자리라도 내어줄지. 그걸 신호탄으로 자연스럽게 ‘물갈이’도 이루어질지. 하긴, 그런 강단 있는 의원이 있었다면 충청도 정치가 이 모양일까.

4년 동안 못 푼 문제를 다시 4년 동안 풀겠다고 시험장에 나온들, 지역민들이 반가워할까. 한 번 더 찍어 주고 싶을까. 윤석열과 이재명 ‘빽’만 믿고 있는 원외도 마찬가지다. ‘선수교체’만 요구해선 곤란하다. 공천만 받고 보자 식으로 덤볐다간 ‘백수 생활’만 연장할 뿐이다. 지역민과 부지런히 소통하며 체감할 만한 정책 공약을 준비해야 한다. 

다행인 건, 내년 총선까지 열 달 넘는 시간이 남았다는 거다. 충청권 광역철도, 대전·충남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서산공항 건설, 가로림만 국가 해양정원 조성,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충청도민은 여야가 지난 선거 때 한 약속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말이 더 무섭게 들린다. “선거 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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